2013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 김종오-이유진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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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지방대 이유로 주저앉으면 안돼”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는 없어”

서울에서 살 길이 막막해진 부모는 26년 전 단돈 100만 원을 들고 아무런 연고도 없는 제주도로 향했다. 부모가 돈 벌러 나가면 두 살짜리 아이는 이집 저집에 맡겨졌다. 글씨를 가르쳐주는 어른도, 이야기를 나눌 형제도, 책을 볼 기회도 없었다. 중학생이 된 어느 날 교사가 일어나 교과서를 읽으라고 했다. 평소에도 말을 못하던 그가 더듬거리자 아이들은 벙어리××라고 놀리며 엄마까지 싸잡아 욕을 했다.

고교 2학년 때 아버지의 도박 빚으로 온 집에 차압딱지가 붙고 부모가 이혼을 하자 그는 더 말을 잃었다. 군대에서 괴롭힘을 당할 때마다 귓가에 벙어리××라는 욕이 환청으로 들려왔다. 더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무렵 휴가 중 만난 삼촌이 “책을 좀 읽어보라”고 조언했다.

책을 읽어보니 울분과 화가 정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이후 닥치는 대로 책을 집어 들기 시작했다. 상병 시절에만 150권을 읽었다. 스티브 잡스에 대한 책을 넘기다가 프레젠테이션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강의안을 직접 만들어 4년 넘게 이곳저곳을 찾아다녔다. 이제 그는 전국 대학을 돌며 프레젠테이션 요령을 알려주고 꿈을 설파하는 강연자가 됐다.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17일 선정한 ‘2013년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자, 김종오 씨(28·제주대 행정학과 4학년)의 이야기다. 김 씨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이유는 스스로 자신을 환경이라는 울타리에 가두기 때문”이라며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떤 정보든 얻을 수 있는 시대에 가난하다는 이유로, 왕따라는 이유로, 혹은 지방대생이라는 이유로 주저앉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유진 씨(22·여)는 중학교 때 아버지가 사업을 하다 생긴 사채 빚으로 집을 잃었다. 월세조차 낼 수 없어 고교 시절을 친구집 찜질방 여관 고시원을 전전하며 보냈다. 그는 지하창고에서 밤낮으로 고생하는 부모를 생각하며 공부에 매달렸다.

수학과 과학을 좋아해 KAIST 기계공학과에 진학한 뒤 네팔에 기술 원조를 하는 자원봉사모임을 결성했다.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해서다. 현재 4학년인 그는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는 없다는 말을 좋아한다. 개천에서 용 나기 힘들다고 하지만 꿈이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며 밝게 웃었다.

두 사람을 포함해 인성이 뛰어나고 자신만의 꿈을 이룬 고교생 60명과 대학생 40명이 올해 인재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수상자에게는 대통령상과 함께 장학금 300만 원을 준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2013 대한민국 인재상#김종오#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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