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일 2주기 추모대회]공포 대신 자유 찾아… 張처형에도 탈북 행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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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인권개선모임, 北-中 접경서 확인

김일성-김정일 초상화 앞 묵념 17일 북한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김정일 사망 2주기 추모대회에 참석한 주민들이 김일성과 김정일 초상화 앞에서 묵념하는 가운데 군인들이 열을 지어 지나가고 있다. 평양=AP 뉴시스
김일성-김정일 초상화 앞 묵념 17일 북한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김정일 사망 2주기 추모대회에 참석한 주민들이 김일성과 김정일 초상화 앞에서 묵념하는 가운데 군인들이 열을 지어 지나가고 있다. 평양=AP 뉴시스
11월 중순경 시작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숙청 사태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의 탈출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희태 북한인권개선모임 사무국장은 17일 “장성택 사태로 국경경비가 강화돼 탈북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매일 탈북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이달 초 중국 지린(吉林) 성 등 북-중 접경지역 일대를 방문해 탈북자들을 돕는 활동을 벌이다가 최근 귀국했다.

김 국장에 따르면 가장 최근에 탈북한 경우는 장성택 처형(12일) 후 이틀이 지난 14일 북한을 빠져나온 모녀 사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 국장은 11월 중순 이후 탈북자만 따져도 최소한 수십 명이 북-중 접경지역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탈북자 대부분은 그동안 주로 사용됐던 북한 혜산∼중국 창바이(長白) 루트를 그대로 사용해 넘어오고 있다. 이들은 “국경을 넘는 동안에도 예전에 비해 경비가 강화됐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에 따라 숙청 사태를 전후해 북한 수뇌부는 국경통제를 강화하기를 원했으나 중앙정부의 행정력이 변방까지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숙청 과정에서 반대파의 탈출을 막고 불순 외부세력의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국경단속을 엄격히 하는 조치는 당연한 수순인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숙청과 처형의 피바람’에 위협을 느낀 탈북자들이 국경 상황의 심각성을 예전보다 덜 느꼈을 가능성도 있다. 일부 탈북자는 “경비는 삼엄한 것 같았으나 앞으로는 더 단속이 강화될지 몰라 위험을 무릅쓰게 됐다”고 말했다고 김 국장은 전했다. “가을에 비해 지금 국경을 더 많이 넘는다”고 말하는 탈북자도 있다고 했다. 평소에도 중국에 친인척이 있는 북한 주민 가운데는 땔감과 식량이 부족한 고향을 떠나 날씨가 따뜻해질 때까지 중국에 머무는 경우가 있었다.

문제는 이들이 안전하게 중국 땅을 밟는다 해도 탈북 과정에서 얻게 된 부상의 후유증 등에 심각하게 시달린다는 점이다. 겨울철 탈북자들은 대부분 국경을 넘기 위해 얼어붙은 두만강을 걸어서 건너는 방법을 이용한다. 수량이 줄어드는 겨울에는 북한과 중국 경계를 나누는 강폭이 몇 m까지 좁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탈북자들은 수풀에 숨어 국경수비대 감시가 소홀해지는 밤까지 기다려야 하고 얼음이 얇은 개울에 발이 빠지기도 하면서 동상에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천신만고 끝에 탈북에 성공한 사람들도 언제든 중국 공안에 붙들려 북송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불안에 떨고 있다. 탈북과정에서 입은 부상을 치료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마련할 길도 막막하다. 탈북지원단체의 보호 아래 있는 탈북자들과 달리 노숙인 신세인 탈북자들은 중국 인신매매단에 팔려갈 위험에까지 노출돼 있다.

김 국장은 “어렵사리 북한을 탈출한 주민들이 추위와 중국 정부의 강제북송 위험에 고스란히 내동댕이쳐진 상태”라며 “장성택 숙청 사태라는 특수상황인 만큼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탈북자 문제에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탈북자가 대사관이나 총영사관까지 찾아오지 않는 이상 주재국(중국)과의 관계 때문에 은신처로 찾아가 도움을 주기는 어렵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북한#김정일 2주기#김정은#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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