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고희정 작가의 과학 돋보기]눈은 유리솜 수준의 흡음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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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날, 왜 사방이 고요할까요

출처: 어린이 과학 형사대 CSI 글: 고희정 그림: 서용남 가나출판사
출처: 어린이 과학 형사대 CSI 글: 고희정 그림: 서용남 가나출판사
올겨울에도 눈이 많이 온다고 해요. 눈 오는 날 밤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세요. 다른 날보다 유난히 조용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나요? 왜 그럴까요? 정답은 동아일보 11월 23일자 A27면의 기사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층간소음을 잡는 새로운 방법에 대한 기사인데요. 바로 소리를 흡수하는 물질입니다.

○ 소리의 반사와 흡수

소리는 진동을 통해 전달됩니다. 잔잔한 물에 돌을 던지면 물결이 퍼져 나가듯이 소리 역시 물결처럼 퍼져 나갑니다. 그래서 소리를 음파라고도 합니다. 음파는 1초에 340m의 빠른 속도로 나갈 수 있어요. 그런데 만약 소리가 물체에 부딪히면 어떻게 될까요?

산에 올라가 야호를 외치면 잠시 후 다시 내 귀에 메아리가 들립니다. 내가 만들어 낸 음파가 반대편 산에 부딪혀 되돌아오니까요. 이렇게 음파가 어떤 물체에 부딪혔다가 되돌아오거나 진행 방향이 변하는 것을 ‘반사’라고 합니다. 소리는 거울이나 유리, 콘크리트같이 단단한 물질을 만나면 반사됩니다. 지하실이나 동굴에서 소리가 잘 울리는 이유는 소리의 반사와 관련이 있습니다.

스펀지 솜이나 담요를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시끄러운 소리가 들릴 때 담요를 덮어쓰면 조용해지죠? 담요가 소리를 흡수했거든요. 소리는 담요나 쿠션같이 부드러운 물질을 만나면 흡수됩니다. 이렇게 음파가 물체에 부딪혔다가 되돌아오지 않거나 되돌아오더라도 일부의 에너지가 물체에 흡수되는 것을 ‘흡음’이라 합니다.

피아노 학원처럼 밀폐된 공간에서는 소리를 차단하기 위해 벽이나 천장에 흡음재를 사용합니다. 피아노 소리는 흡음판의 표면에서 일부가 반사되고, 나머지는 흡음판의 구멍으로 들어가 미로처럼 되어 있는 수많은 구멍의 여기저기에 부딪히고 반사되는데, 이때 에너지 대부분이 열로 바뀌어 사라집니다.

○ 눈 오는 날이 조용한 이유는?

눈 오는 날 유난히 조용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첫째, 온도가 낮아질수록 음파의 속도가 떨어집니다. 공기 중 소리는 섭씨 15도를 기준으로 초속 340m의 속도로 전파됩니다. 0도에서의 음속은 초속 331.4m이고, 1도가 높아질 때마다 0.6m씩 빨리 전달되죠. 반대로 온도가 낮아질수록 소리는 늦게 전달됩니다. 그러므로 기온이 낮고 눈이 오는 날 밤에는 음파의 속도가 떨어집니다.

둘째, 눈은 소리를 흡수하는 흡음재 역할을 합니다. 눈은 육각형의 결정 모양입니다. 이 결정이 모여 여러 크기의 입자가 되고, 그 입자가 모여 고체의 눈이 됩니다. 그러다 보면 눈의 입자와 입자 사이에 많은 틈이 생겨 흡음판의 구멍 같은 역할을 합니다. 도로나 자동차, 나무, 지붕 등에 덮인 눈이 소리를 흡수해 세상을 조용하게 만듭니다. 눈은 특히 주파수 600Hz 이상 소리의 80% 이상을 흡수합니다. 우수한 흡음재인 유리솜과 같은 정도라고 합니다.

음파는 매질이 딱딱할수록 반사율이 높고 부드러울수록 흡음률이 높습니다. 부드러운 물건일수록 입자 사이에 빈 공간이 많고, 그 공간이 소리를 흡수하니까요.

동아일보 11월 23일자 A27면 기사(메타 물질 흡음재로 층간소음 잡는다)를 볼까요. 최근 일부 아파트나 다가구 주택에서 층간소음으로 인해 이웃 간의 갈등이 극심해져 심지어는 폭행에, 살인에까지 이르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창문을 닫고 지내니까 층간소음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는데요. 한국기계연구원이 연구한 결과, ‘메타 물질’을 이용해 층간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일 방법을 개발하고 실용화 연구에 나섰다고 합니다. 메타 물질은 음파나 전파보다 크기가 작은 물질 구조를 나란히 배열해 넓은 판 모양으로 만든 것입니다.

아이들이 뛰는 소리와 같은 층간소음의 70% 이상은 진동수가 50∼80Hz인 저주파 소음입니다. 저주파 소음은 소리뿐만 아니라 미세한 진동까지 발생시킵니다. 또 사람은 들을 수 없고, 고래 등 일부 동물만이 들을 수 있습니다. 그 대신 사람은 몸으로 느낍니다. 기차나 버스를 오래 타면 피곤함을 느끼죠? 기차나 버스에서 나오는 저주파 소음이 원인입니다.

연구원은 가로 세로 각각 10cm, 높이 1cm의 오목한 방을 만들어 주면 이런 저주파 소음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소멸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를 소리를 흡수하는 흡음재로 사용해 아래층 천장의 빈 공간에 넣어 주면 층간소음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 소리의 마스킹 효과

텔레비전을 틀어 놓으면 엄마가 아무리 불러도 잘 들리지 않죠? 왜 그럴까요? 다름 아니고 소리의 마스킹 효과입니다.

소리의 세기나 진동수가 다른 2개의 순수한 음이 동시에 존재할 때, 우리 귀에는 강한 음 또는 저음만 들리고, 약한 음 또는 고음은 잘 들리지 않습니다. 이를 ‘은폐 효과’ 또는 ‘마스킹 효과’라고 합니다. 들으려고 하는 소리와 방해음이 동시에 들어오면, 듣고자 하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거나 전혀 들리지 않습니다. 고층 빌딩의 엘리베이터를 타면 항상 음악이 들릴 겁니다. 청각의 마스킹 효과를 이용하여 고속 엘리베이터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광주 북구의 국립광주과학관에 가 보세요. 현악기, 타악기 같은 소리로 표현된 예술 속에 어떤 과학적 요소가 있는지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어린이관에서는 소리를 듣는 귀에 대한 탐구가 가능합니다.

인천 강화군의 소리체험박물관에 가 보면 비, 바람, 천둥, 파도 소리 등 자연의 여러 가지 소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호스 전화기나 악기를 이용해 재미있는 소리 놀이를 해 보세요.

고희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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