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안영식]종이 한 장 차이가 가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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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식 스포츠부장
안영식 스포츠부장
세월은 유수(流水)와 같다. 아니 쏜살같다. 2013년 새해 벽두 금연을 결심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가 저물어간다. 안타깝게도 금연은 실패했다. 게다가 여기저기 몸에 빨간불이 켜졌다. 필자의 ‘2013년 인생 대차대조표’에는 좋지 않은 항목이 더 많아 씁쓸하다. 2014년은 올해보다 훨씬 빠른 LTE 속도로 지나갈 것 같다. 소치 겨울올림픽을 비롯해 브라질 월드컵, 인천 아시아경기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잇달아 열리기 때문이다.

세계 톱클래스 선수들 또는 팀들의 경쟁에선 미세한 차이로 승패가 갈리고 메달 색깔이 바뀐다. 대회 개막 직전 컨디션 조절에 실패해 4년간 기다려온 꿈의 무대에서 눈물을 흘리고, 한순간 방심으로 다 잡은 대어를 놓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종이 한 장 차이가 바로 ‘실력’이다.

프로골퍼도 인도어 연습장에서만 보면 투어프로와 레슨프로 간에 큰 차이점은 없다. 모두 타이거 우즈처럼 잘 친다. 하지만 해저드와 경쟁 상대가 있는 실전에서는 다르다. 한 끗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진다.

‘피겨 여왕’ 김연아는 내년 2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제22회 겨울올림픽에서 2연패에 도전한다. 공백기가 있었고 발등 부상도 최근에야 털어냈지만 팬들은 이구동성으로 “금메달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고 말한다. 김연아가 얼마 전 출전한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에서 건재(204.49점 우승)를 알렸기에 무리한 기대는 아니다. 하지만 동갑내기(23세) 경쟁자 아사다 마오(일본)도 근소한 점수 차(0.47점)로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204.02점)해 방심은 금물이다.

소치 올림픽 여자 피겨 싱글 타이틀을 놓고 김연아와 아사다가 벌일 숙명의 재대결은 결국 4년 전 밴쿠버 올림픽 때와 마찬가지로 ‘탁월한 표현력 vs 트리플 악셀(3.5회전 점프)’에서 결판날 듯하다.

한편 ‘빙속 여제’ 이상화가 올림픽 500m 2연패를 달성한다면 한국 빙상 역사에 영원히 남을 쾌거가 아닐까. 스피드스케이팅은 기록(100분의 1초 단위)이 똑같을 경우 1000분의 1초까지 따져 순위를 결정한다. 그야말로 찰나가 승부를 가른다.

6월 초부터 한 달간 지구촌은 브라질 월드컵으로 들썩일 것이다. 한국과 벨기에 러시아 알제리가 속한 H조 조별리그는 혼전이 예상된다. 2승 1패의 ‘괜찮은’ 성적을 거두고도 16강 진출에 실패할 수 있다. 절대강자가 없기에 4개국 중 한 나라가 3패를 하고 나머지 3개국이 서로 물고 물려 2승 1패로 승점이 같으면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한다.

우선 각 조의 순위는 승점(승 3점, 무 1점, 패 0점)→골 득실차→다득점 순서로 가린다. 이 3단계로도 순위를 가릴 수 없을 경우 승자승→맞대결 골 득실차→맞대결 다득점이 적용된다. 그래도 우열을 가릴 수 없으면 추첨으로 16강행이 결정된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이기더라도 골은 많이 넣고 적게 실점해야 한다.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투혼을 발휘해야 한다.

‘지금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공부하면 꿈을 이룬다’는 말이 있다. 어떤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과 경기력은 피땀 흘린 훈련으로만 만들어진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닐지 모르지만 성공은 성적순이다. 스포츠에서는 특히 그렇다. ‘아름다운 2등’은 위로의 말일 뿐이다. 태극전사들이 내년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적어도 자신이 쏟은 노력만큼은 보상받길 소망한다.

안영식 스포츠부장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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