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보다 보험, 올해 최고의 용병 세든 결국 요미우리 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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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2월 18일 07시 00분


2013년 SK 소속으로 한국프로야구 다승 공동 1위(14승)를 차지한 크리스 세든이 결국 요미우리에 입단한다. 일본은 외국인선수 보유한도가 없어 다수의 외국인선수를 수집하는데, 한국에서 숙성된 선수는 몸값 대비 성공 가능성이 높다. 성적만 올린다면 대박이 보장되기 때문에 선수 입장에서도 일본 무대는 매력적이다. 스포츠동아DB
2013년 SK 소속으로 한국프로야구 다승 공동 1위(14승)를 차지한 크리스 세든이 결국 요미우리에 입단한다. 일본은 외국인선수 보유한도가 없어 다수의 외국인선수를 수집하는데, 한국에서 숙성된 선수는 몸값 대비 성공 가능성이 높다. 성적만 올린다면 대박이 보장되기 때문에 선수 입장에서도 일본 무대는 매력적이다. 스포츠동아DB
■ 한국에서 성공한 용병들 곶감 빼먹듯…일본은 왜?

검증 안된 신인에겐 연봉 박한 일본
한국 A급 용병은 ‘검증된 카드’ 군침
1년뒤 FA 가능…선수에게도 매력적

결국 2013년 한국프로야구 최고 외국인투수가 일본에 새 둥지를 틀었다. 일본 스포츠전문지 닛칸스포츠는 17일 “크리스 세든(30·전 SK)이 요미우리 입단에 합의했으며, 메디컬테스트만 통과하면 입단이 확정된다”고 전했다. 세든은 2013년 SK의 실질적 에이스로 활약하며 14승6패(다승 공동 1위), 방어율 2.98(3위), 160탈삼진(2위)을 기록했다. SK는 일찌감치 세든과의 재계약 방침을 확정지었지만, 요미우리가 세든에게 눈독을 들이면서 핵심전력을 잃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숙성된 외국인선수가 일본에 진출하는 것은 어느새 하나의 전형이 됐다. 왜 일본 구단들은 이들을 탐낼까.

● 한국은 외국인선수사관학교?

타이론 우즈(전 두산)와 세스 그레이싱어(전 KIA)는 한국을 거쳐 일본에 진출한 외국인선수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우즈는 센트럴리그 홈런왕을 3번이나 차지했고, 그레이싱어 역시 2007∼2008년 센트럴리그 다승왕에 올랐다. 2002년 SK에서 홈런 45개를 기록한 호세 페르난데스 역시 지바롯데, 세이부, 라쿠텐 등을 거치며 중심타자로 활약했다.

그러나 한국무대의 성적이 반드시 일본에서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클리프 브룸바(전 현대), 다니엘 리오스, 게리 레스(이상 전 두산) 등은 대한해협을 건넌 뒤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다만 한국에서 숙성된 선수가 일본에서도 통할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다. 일본 구단들은 ‘한국의 A급 외국인선수는 어느 정도 검증이 됐다’고 생각한다.

한국 프로야구 출신 외국인선수로 재팬 드림을 이룬 우즈·페르난데스·그레이싱어(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한국 프로야구 출신 외국인선수로 재팬 드림을 이룬 우즈·페르난데스·그레이싱어(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 일본의 외국인선수 시스템은?

일본은 외국인선수 보유한도에 제한이 없다. 단 1군에선 4명 등록에 4명 출전이 가능하다. 4명을 모두 야수 또는 투수로 채워서는 안 된다는 규정도 있다. 2군에선 외국인선수를 무한정 데리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일부 구단은 외국인선수를 장기적으로 육성하기도 한다. 대표적 경우가 히로시마가 도미니카공화국에 세운 야구아카데미다. 국내 A구단의 스카우트 담당자는 “일본엔 2군에 20세 전후의 어린 중남미선수를 보유한 구단도 있다”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이름을 떨친 슈퍼스타급을 제외하면, 일본에선 외국인선수도 1군에서 살아남기 위해 검증과 경쟁의 과정을 거친다. 그래서 일본 진출 초년생들에겐 많은 연봉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본으로 간 외국인선수들이 한국에서보다 월등히 많은 금액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많은 옵션·미래의 대박계약’도 선수에겐 매력적

B구단 스카우트 담당자는 “일본에서도 트리플A급 외국인선수의 몸값은 한국과 큰 차이가 없다. 연봉 30만∼40만달러 수준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무대에서 검증된 선수들은 최소 70만∼80만달러 이상, 때로는 100만달러가 넘는 금액을 받기도 한다. 한국의 외국인선수 연봉 상한선(30만달러)을 넘는 액수지만, 한국에서도 A급 선수들에게 암암리에 지급하는 정도다. 한·일의 차이점은 옵션의 규모에 있다. 일본에선 성적이 좋을 경우, 더 많은 옵션을 손에 넣을 수 있다. B구단 스카우트 담당자는 “세든도 보장 금액은 SK의 제시액과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옵션이 연봉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일본 진출 첫 해 성공 시 ‘대박 계약’도 가능하다는 점은 선수들에게 가장 매력적 부분이다. 1년 이후엔 사실상 프리에이전트(FA)가 되기 때문에, 고액의 다년계약도 가능하다. 우즈의 경우 6억엔(약 62억원)의 연봉을 받기도 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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