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칼럼] 관객을 볼모로 돈 싸움 ‘갑들의 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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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2월 18일 07시 00분


영화 ‘호빗:스마우그의 폐허’의 한 장면. 사진제공|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호빗:스마우그의 폐허’의 한 장면. 사진제공|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 외화 수입사와 극장의 힘겨루기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꼴이다.

흥행 1, 2위를 다투고 있는 영화를 서울에서 가장 많은 상영관을 보유한 CJ CGV와 롯데시네마에선 볼 수 없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돈’ 문제다. 외화 수입사와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들이 서로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겠다며 양보 없는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앞서 ‘토르2’로 불거진 수입사와 극장 체인의 수익 배분 갈등이 또 다시 첨예한 대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반지의 제왕’ 두 번째 시리즈인 ‘호빗:스마우그의 폐허’(호빗)가 갈등의 중심에 놓였다. 서울 주요 극장에서 ‘호빗’을 편안하게 보지 못하는 관객의 항의와 원성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결과다.

‘호빗’은 지난해 개봉한 1편에 이어지는 내용. 하나의 이야기를 3편으로 나눠 해마다 공개하는 이 시리즈의 특성상 1년 동안 ‘호빗’을 기다려온 팬들 역시 적지 않다. 그런데도 CGV와 롯데시네마가 상영을 포기한 이유는 수입사인 워너브라더스코리아(워너)와 종전 6대4에서 5대5로 수익 배분율을 조정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후 지역 도시들과 서울의 일부 극장에서 상영을 진행한 ‘호빗’은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에 이어 16일에는 100만 관객을 넘어섰다. 흥행 속도가 빠르다. 워너는 이런 ‘호빗’의 흥행 성적을 연일 대대적으로 알리면서도 정작 서울 지역의 관람 편의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물러서지 않는 건 극장들도 마찬가지다. CGV 등은 “흥행 영화의 상영을 포기하는 것은 곧 극장 수입에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인 만큼 워너와 대화를 하고 있다”면서도 일주일 째 힘겨루기 중이다.

흥행을 결정하는 건 관객이다. 관객이 있어야 영화도, 극장도 존재한다. 영화계에서 수입사와 극장 체인을 향해 “갑들의 횡포”라고 지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결국 이들은 관객을 ‘볼모’로 두고 돈 싸움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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