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삭감 의원 낙선운동” vs “票퓰리즘 그만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강원도의회 고교급식 예산안 전액삭감 후폭풍… 장외 비난전

16일 강원도의회 제233회 정례회 3차 본회의에서 도의원들이 고교 무상급식 예산안 삭감과 관련해 기립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강원도의회 제공
16일 강원도의회 제233회 정례회 3차 본회의에서 도의원들이 고교 무상급식 예산안 삭감과 관련해 기립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강원도의회 제공
강원 지역의 고교 무상급식 무산 후폭풍이 거세다. 17일 무상급식에 찬성해 온 학부모 및 시민단체들은 잇따라 성명서를 발표해 예산 삭감을 주도한 새누리당을 비난했다. 또 무상급식 찬반을 놓고 격돌했던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서로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장외전에 돌입할 태세다.

○ “국회의원 하수인” vs “선거 겨냥 포퓰리즘”

강원도의회는 16일 본회의에서 고교 무상급식 예산안을 전액 삭감하는 내용의 예산안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의석이 많은 새누리당과 교육의원들이 주도한 결과다. 그러나 앞서 상임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예산안을 놓고 삭감, 복원을 반복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특히 예결특위는 일부 시군의 고교 무상급식 예산을 통과시켰다가 일주일도 안돼 이를 뒤집는 모습을 보였다. 예결특위는 6일 도교육청 예산안 본심사에서 여야 합의를 통해 11개 시군의 고교 무상급식 예산을 의결했다. 교육위원회가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지만 고교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시군의 예산을 되살린 것. 그러나 예결특위는 12일 강원도가 제출한 고교 무상급식 예산 59억6749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 논란 끝에 표결을 한 결과 새누리당 의원들의 수적 우세로 삭감이 의결됐다.

예결특위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민주당은 새누리당 소속 도의원들이 국회의원들의 압력에 굴복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8일 강릉에서 열린 새누리당 선출직 워크숍에서 무상급식 확대가 도마에 올랐고 일부 국회의원이 반대 의사를 피력하면서 도의원들도 이에 동조하게 됐다는 것.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은 성명서를 통해 “고교 무상급식 예산은 국회의원의 거수기로 전락한 새누리당 도의원 및 교육의원 26명의 반대로 결국 삭감됐다”며 “새누리당 도의원의 공교육 말살과 국회의원의 하수인 노릇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재정자립도가 전국 최하위권인 강원도의 부자 급식은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이라며 예산 삭감은 당연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소속 도의원들도 성명서를 통해 “민주당과 최문순 지사, 민병희 교육감은 서민의 아픔과 고통을 헤아려 부자급식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빈곤 서민층을 보듬기 바란다”며 “삭감 예산은 빈곤층과 서민층 자녀들의 교육비로 쓰라”고 촉구했다.

○ “삭감 주도 의원 낙선운동 펼칠 것”


학부모와 시민단체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고교 무상급식 확대를 요구해 온 강원교육연대와 강원급식운동네트워크, 강원연석회의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예산 삭감을 주도한 새누리당 의원들에 대해 낙선 운동을 펼치겠다는 각오다.

이들 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도민의 열망을 외면하고 학생들의 밥그릇을 빼앗은 도의회의 정략적 결정에 분노한다”며 “무상급식 확대를 좌절시킨 의원들에 대한 낙선운동은 물론, 노동, 농민, 시민사회 단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도민을 배신한 행위를 엄중히 심판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애 급식운동네트워크 대표는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새누리당 도의원과 교육의원, 자신들이 결정했던 사안조차 번복한 새누리당의 예결특위 소속 의원들이 낙선운동 대상이 될 것”이라며 “고교 무상급식을 무산시킨 도의회의 행태를 알리는 전단을 만들어 도민에게 배포하고 1인 시위, 서명운동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 교육감은 “친환경 무상급식은 민생복지이자 지방자치가 이뤄 낸 소중한 성과”라며 “이번 결정으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도민의 행복은 그만큼 소원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강원도교육청과 강원도, 시군은 예산을 분담해 유치원과 초·중학교의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있고 내년부터 전국 처음으로 고교까지 확대할 계획이었다. 시군 가운데는 정선군과 횡성군이 자체 예산으로 고교 무상급식을 시행중이며 이들 외에 9개 시군이 무상급식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