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세 고액체납 1만4500명 명단 공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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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만 최순영 정태수 전두환 등, 총 2조1397억… 인원-금액 큰폭 증가

올해 9월 초 서울시 38세금징수과 직원들이 서울 중구 장충동의 한 빌라를 찾았다.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의 외손자이자 ‘018’ 휴대전화(PCS) 사업을 했던 한솔그룹 조동만 전 부회장(60)이 체납한 지방세 84억 원을 징수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조 전 부회장은 “재산도, 수입도 없어 세금을 낼 수 없다. 돈을 빌려서 내야 하는데 그러면 그것도 채무 아니냐”며 버텼다.

세금징수과 직원들이 집 안쪽을 살펴보던 중 옆집과 이어진 문을 발견했다. 세금 체납으로 압류돼 공매로 나온 집을 가족이 사들여 사실상 한 집으로 쓰고 있던 것. 이 집에서 고급 의류와 현금이 발견됐다.

그 무렵 서울시 38세금징수과는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의 자택을 수색해 외제 최고급 시계 등 1억3100만 원 상당의 동산을 찾아냈다. 나승렬 전 거평그룹 회장 역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재단사무실에 주소 등록을 해 놓고는 막내딸 명의의 서울 서초구 방배동 아파트에 살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두 사람은 각각 37억 원, 40억 원의 세금을 체납했다.

16일 서울시가 공개한 지방세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에는 이동보 전 코오롱TNS 회장(42억 원),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28억 원), 주수도 전 제이유그룹 회장(4억 원) 등 기업인이 다수 포함됐다. 대부분 수년째 명단에 포함된 ‘체납 단골’로 “사업이 실패했고 수입도 없다”고 핑계를 대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올해 처음으로 이름이 포함됐다. 체납액은 4600만 원. 검찰이 그의 사저를 수색해 그림을 압류한 뒤 서울시도 참가압류(타 기관에 이어 추가로 압류에 참가하는 것)에 나섰다. 18일 이에 대한 경매가 진행될 예정이어서 지방세 체납액 징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인 중에는 경기지역에서 지에스건설㈜(GS건설과 관련 없음)이 167억 원을 체납해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16일 전국 광역자치단체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지방세 고액·상습 체납자(3000만 원 이상을 2년 이상 미납)는 총 1만4500명. 개인 9949명, 법인 4551명으로 이들의 체납액은 2조1397억 원에 이른다. 체납자의 경우 전년도에 비해 2971명(25.7%), 체납액은 4503억 원(26.6%) 증가했다. 1억 원 이상을 체납한 사람도 4746명으로 지난해보다 20.9%(821명)나 늘었다.

김재영 redfoot@donga.com·이성호기자
#지방세#고액체납#P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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