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아의 로렌스’ 사막에 잠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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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오툴 81세로 타계

“정해진 것은 없다(Nothing is written).”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년)에서 사막을 횡단한 뒤 낙오한 부하 한 명을 찾으려고 나서는 로렌스에게 사람들은 그가 이미 죽을 운명이었다며 만류한다. 하지만 로렌스는 운명에 순응하는 아랍인과 달리 이 말을 남긴 뒤 사막에 다시 돌아가 기적적으로 부하를 구해 온다. 주연으로 처음 출연한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 주인공을 맡아 일약 스타가 된 아일랜드 출신 배우 피터 오툴이 14일 지병으로 사망했다. 향년 81세.

오툴의 대변인인 스티브 케니스는 15일 “1970년대 위암을 극복했던 오툴이 이후 크고 작은 병으로 투병해 왔으며 전날 런던 웰링턴 병원에서 별세했다”고 발표했다. 아일랜드 출판업자의 아들로 태어나 런던 왕립극예술아카데미에 장학생으로 선발됐던 오툴은 연극배우로도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1962년 데이비드 린 감독의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 제1차 세계대전 중 중동 지역에서 오스만튀르크에 대항하는 아랍 부족을 도와준 영국 정보국 소속 장교 로렌스 역을 맡으며 그의 전성기는 시작됐다.

오툴은 인상적인 연기와 잘생긴 외모로 주목받았지만 상복은 없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처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이후 ‘베킷’(1964년) ‘겨울의 사자’(1968년) ‘굿바이 미스터 칩스’(1969년) ‘비너스’(2006년) 등으로 8차례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으나 모두 후보에 그쳤다. 할리우드에 대한 비호감을 공공연하게 밝혔던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도 있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아라비아의 로렌스#피터 오툴#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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