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EU와 협상 중단… 反정부 시위 다시 격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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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예프 독립광장에 30만명 운집… 美매케인 합의촉구가 기름 부어

유럽연합(EU)과 우크라이나의 협력협정 논의가 결렬되자 4주째로 접어든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가 다시 격화되고 있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17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규모 시위도 예고됐다.

15일 슈테판 퓔레 EU 확대담당집행위원이 우크라이나와의 협상 중단을 선언한 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독립광장에 시위대 약 30만 명이 운집했다. 광장과 인근 거리를 가득 메운 시위대는 우크라이나 국기와 EU 깃발 등을 들고 EU와의 협력협정 체결 준비를 잠정 중단한 정부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존 매케인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이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와 EU의 협력협상 체결을 촉구하자 시위는 더욱 거세졌다. 매케인 의원은 “우크라이나는 스스로의 운명을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결정할 주권이 있다”며 “당신들이 좇는 운명은 바로 유럽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산 수입가스 가격을 낮추고 경제 원조에 관한 확답을 얻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반정부 시위대 측은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모스크바가 주도하는 관세동맹에 참여하기 위한 포석이라며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이런 가운데 EU는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퓔레 집행위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세르게이 아르부조프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와 협력협정 체결 문제를 논의했으나, 우크라이나 정부로부터 아무런 답을 얻지 못해 협상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며 “우크라이나 정부의 말과 행동의 괴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가 EU와의 협정을 곧 체결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러시아와 옛 소련권 관세동맹 가입을 추진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한 데 대해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반정부 시위는 지난달 21일 우크라이나가 EU와의 협력협정 체결을 맺으려다 러시아의 압력으로 무산되면서 촉발됐다.

10만여 명의 시위대는 EU와의 협정 체결 재추진과 함께 친러시아 성향인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그러자 우크라이나 정부는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했다. 미국은 무력 진압 사태가 불거진 뒤 우크라이나에 대한 제재를 검토해왔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우크라이나#키예프 독립광장#매케인#반정부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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