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명사고 부른 철도노조 ‘떼법’에 법의 엄정함 보여줘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7일 03시 00분


철도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지 7일째인 그제 오후, 파업 후 처음으로 승객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80대 할머니가 전동차에서 내리다가 문이 닫히면서 발이 끼었고 기관사가 이를 모르고 열차를 출발시키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다. 전동차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기관사가 운행하고 있었지만 열차 출입문 개폐는 파업 발생 후 대체 투입한 철도대 학생이 맡고 있었다.

정부가 철도 민영화 계획이 없다고 거듭 밝혔는데도 노조는 ‘민영화 저지’ 운운하면서 명분 없는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파업은 민주노총 산하의 강성 철도노조가 ‘국민의 발’을 볼모로 벌이는 떼법 투쟁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철도노조 측은 “사측과 경찰이 정당한 파업을 침해하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철도노조야말로 승객의 안전과 인권은 안중에도 없는 것 아닌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1981년 불법파업을 벌인 공항 관제사 1만1000여 명을 파면하고 재고용을 영구 금지했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도 1984년 탄광노조가 불법파업을 벌이자 9500여 명을 연행 또는 구속하면서 원칙을 지킨 끝에 1년 만에 ‘영국병(病)’으로 불리던 강성 노동운동을 바로잡았다. 당시 두 지도자는 반대세력으로부터 심한 비판을 받았지만 미국과 영국이 노동 분야의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결정적인 전기(轉機)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지금 철도노조가 국가경제 동맥을 볼모로 불법파업을 하고 있는데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도 법과 원칙을 고수한 레이건과 대처의 리더십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어제부터 수도권 전철이 감축 운행되고 오늘부터 KTX 열차 운행 횟수도 줄어들 예정이다. 화물열차 운행률은 이미 30%대로 떨어져 원자재와 물류 운송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파업은 종전의 최장기 철도파업이었던 2009년의 ‘8일 파업’을 넘어섰다. 정상근무를 하는 기관사의 피로가 누적되면서 안전사고 우려도 높아질 것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철도파업으로 국민에게 불편을 끼치고 국가경제에 악영향이 있지만 이런 부분이 초조하다고 노조의 불합리한 요구를 수용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파업을 주도한 노조 지도부 10명에 대해 어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정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대체인력 투입에 따른 안전 관리를 강화하되 떼법에 굴복해선 안 된다.
#철도노조#파업#인명사고#대체 투입#철도 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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