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광포한 김정은 수중에 핵무기까지 들려줄 순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7일 03시 00분


권력 2인자이자 고모부인 장성택을 반(反)인륜적인 방식으로 처형한 북한 김정은이 활짝 웃는 모습으로 마식령 스키장과 군부대를 ‘현지지도’했다. 권력 장악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의도 같다. 하지만 세계인들의 눈에는 광기(狂氣)로 가득 찬 젊은 독재자의 태연자약한 행동이 섬뜩할 뿐이다.

베트남을 방문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김정은을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에 비유하며 “무자비하고 난폭한 인물”이라고 평가한 뒤 “이처럼 무모한 사람이 핵무기를 갖고 있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합리적 판단을 기대하기 어려운 독재자가 핵무기까지 개발하는 사태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경고다.

북한은 아직 장거리미사일에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소형화 경량화 기술은 갖고 있지 못하다. 현재로선 핵무기의 직접적 위협 대상은 한국이나 일본이다. 이란 핵문제가 해결의 가닥을 잡은 만큼 미국과 국제사회도 북핵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지를 결집하고 압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때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오후 외교안보장관 회의를 주재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안에 상설 사무조직을 두기로 했다. 안보상황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직을 만들기로 한 것은 적절한 결정이다. 정부는 북한이 무모한 도발을 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극단의 야만성을 보여준 김정은 체제가 어떻게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북한의 군부가 도발할 경우 공격 원점은 물론이고 그 지휘부에까지 궤멸적 타격을 가하겠다는 약속이 허언(虛言)이 안 되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서해5도를 포함한 북방한계선(NLL) 부근은 충돌이 잦았던 화약고인 만큼 적의 동태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지난해와 달리 김정일 2주기 추모대회를 공개하지 않았다. 무슨 속셈인지는 모르겠으나 장성택 처형으로 인해 북한 지도층 내부가 어수선하다는 방증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정은 주변 실세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새롭게 부상한 인물들의 면면을 분석해 향후 북한의 행로를 예측하고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평양발(發) 불안정이 동북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이 긴밀한 정보 교류를 통해 공동의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장성택#북한#김정은#핵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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