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산업 인재가뭄 없게… “병역특례-투자 저희가 뚫을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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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기술연구원 ‘뿌리기술 전문기업 육성사업’

인천 서구 경서동에 있는 광희주물 근로자들이 공정 개선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공
인천 서구 경서동에 있는 광희주물 근로자들이 공정 개선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공
서울 구로구 온수동에서 25년째 금형을 제조하는 중소기업 삼우금형은 올해 초 뿌리기술 사업에 응모해 엄격한 심사를 거친 끝에 4월 뿌리기술 전문기업 26곳 중 하나로 선정됐다.

금형은 호두과자를 굽는 빵틀처럼 동일한 제품을 찍어내는 틀이다. 주방 용품에서 우주항공 산업에 이르기까지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우금형은 현대자동차, 도요타자동차 등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에 금형을 납품할 정도로 기술력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더럽고, 위험하고, 어려운 이른바 ‘3D’ 업종이라는 인식 탓에 신입사원을 제때 뽑지 못할 정도로 기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랬던 삼우금형이 뿌리기술 전문기업으로 선정된 뒤 정부의 각종 지원과 혜택을 받아 도약의 날개를 펴고 있다.

○ 제조업의 근간…6대 뿌리기술

정부는 제조업의 부흥을 위해 올해 6대 뿌리산업을 지정하고 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업을 키우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6대 뿌리산업이란 제조업에 반드시 필요한 금형, 소성가공(단조), 열처리, 용접, 주조(주물), 표면처리를 말한다. 정부가 뿌리산업을 육성하기로 한 것은 생산규모가 연간 30조 원에 이를 뿐 아니라 전자, 자동차 등 국가 주력산업의 품질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산업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매출, 원가 등 여러 기준에 비춰볼 때 현재 6대 뿌리산업이 국내 주력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기전자 29%, 자동차 25%, 조선·산업기계 24%에 이른다. 자동차 한 대만 따져 봐도 중량의 86%, 가격의 14%가 뿌리산업에 의존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국내 뿌리산업은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기업청이 공동으로 선정한 삼우금형 등 뿌리기술 전문기업 26곳만 해도 역사는 평균 20년이 넘지만 근로자 수는 200여 명, 연간 매출액은 500억 원 남짓에 불과하다. 김정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 본부장은 “금형, 단조, 용접 등의 뿌리산업은 주문자의 요구에 맞춤형으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대규모로 사업을 키우기 어렵고, 그 결과 근무환경도 열악해 대표적인 3D 업체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뿌리산업 종사자의 절반 이상이 40대 이상이고 이마저 외국인 근로자가 전체의 30%에 이른다. 그렇다고 뿌리기술 산업을 해외에 의존한다면 자동차, 가전, 통신기기, 컴퓨터, 반도체 등의 제조업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이에 따라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www.root-tech.org)는 올해 초부터 6대 뿌리기술 관련 핵심 노하우를 갖고 있는 중소기업을 뿌리기술 전문기업으로 지정해 지원하고 있다. 국내 수만 개에 이르는 뿌리산업 관련 업체들의 옥석을 가려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후발 업체들에 모범 사례로 제시하기 위해서다. 뿌리산업 전문기업으로 선정되려면 기술과 경영, 품질관리 등 모든 수준에서 높은 기준치를 만족시켜야 한다. 또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전문기업으로, 뿌리기술 관련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어야 한다.

○ 3D 산업의 화려한 변신

뿌리기술 전문기업으로 선정된 26개 업체의 신입사원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각 지역에 마련된 대학 및 연구기관에서 전문교육을 받을 수 있다. 각 기업은 중소기업진흥공단의 경영안정자금을 지원받고, 병무청으로부터 산업기능요원도 배정받아 인력난을 덜 수 있다.

공정 자동화 지원 혜택을 얻어 근로자들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생산성 향상에 주력할 수 있게 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9월 뿌리기술 전문기업으로 선정된 경진단조는 최근 2억 원의 공정 자동화 사업비를 지원받아 작업이 힘든 공정을 첨단 기계로 바꿨다. 삼우금형도 3억 원을 지원받아 고속가공기계를 설치했다.

정부는 뿌리산업에 속한 업체에서 장기간 일한 무주택 가구주에게 주택을 우선 공급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등 혜택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 본부장은 “뿌리기술 전문기업 육성 사업의 핵심은 이들을 매력적인 일터로 바꾸자는 것”이라며 “더럽고, 위험하고, 어렵다는 3D가 앞으로 역동적이고, 근사한, 디지털 일터를 뜻하는 새로운 3D(Dynamic, Decent, Digital)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뿌리기술#생산기술연구원#뿌리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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