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스, 추신수의 명분-실리 모두 살려주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6일 16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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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 동아닷컴DB
추신수. 동아닷컴DB

슈퍼에이전트 스콧 보라스는 추신수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겨줄 수 있을까.

지난 주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이 끝나면서 올 프리에이전트 시장에 유일하게 남은 1억 달러 선수 추신수계약 협상은 일단 수면 밑으로 내려갔다. 연내에 추신수의 새 둥지가 결정될지 아니면 해를 넘길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MLB FA 시장은 계약이 늦어진다고 몸값이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당사자만 조기에 팀이 결정되지 않는 터라 속이 탄다. 그러나 워낙 많은 슈퍼스타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는 보라스는 여유만만이다. 언론플레이로 선수를 안심시킨다. 미국 스포츠 에이전트 가운데 보라스만큼 언론노출을 즐기고, 언론플레이에 능한 이도 없다. 다른 에이전트들은 언론노출을 가급적 피한다. 보라스는 항상 전면에 나선다. 국내에서 에이전트하면 보라스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지난 14일 자코비 엘스버리의 뉴욕 양키스 입단 기자회견 때도 보라스는 여지없이 공개석상에 나타났다. 전날 시애틀매리너스와 2억40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한 로빈슨 카노의 에이전트 제이-Z는 보이지 않았다.

보라스는 추신수도 엘스버리(7년 1억5300만 달러)에는 다소 미치지 못하더라도 7년 계약을 원하고 있다. 추신수도 이미 지인에게 자신이 '엘스버리보다 못할 게 없다'며 속내를 드러낸 바 있다. 보라스에게도 이 말은 전달됐을 게 분명하다. 보라스로서는 추신수의 명분을 살려줘야 하는 입장이다. 관건은 계약기간이다. 7년이 되면 1억 달러는 무조건 넘게 된다. 추신수가 만족할 조건이다. 메이저리그 네트워크의 패널로 출연하는 뉴욕 포스트 칼럼니스트 조엘 셔먼도 협상이 불발된 윈터미팅 후 방송에서 "추신수는 FA 시장에 남은 유일한 1억 달러 선수다. 계약기간 7년 또는 8년이 될 수도 있다. 원하는 팀은 텍사스, 시애틀, 신시내티 외에 몇몇 팀들이 있다"고 밝혔다.

보라스에게 현재 상황은 2011년 오프시즌과 매우 흡사하다. 선수만 다를 뿐이다. 당시 프리에이전트 최대어는 MVP를 3회 수상한 전 세인트루이스 앨버트 푸홀스와 밀워키에서 7년 동안 홈런 230 타점 656개를 작성한 프린스 필더였다. 푸홀스의 에이전트 댄 로자노가 LA 에인절스와 메이저리그 사상 3번째로 높은 2억40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윈터미팅에서 합의됐다.

푸홀스보다 4살 어린 필더도 같은급의 계약을 원했다. 하지만 그의 에이전트 보라스는 쉽게 팀을 찾지 못했다. 결국 해를 넘기고 1월26일 보라스는 디트로이트와 9년 2억14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필더의 명분을 살려준 계약이었다. 지리멸렬했던 계약이 가능했던 것은 오프시즌 훈련도중 강타자 빅터 마르티네스가 무릎 십자인대를 다쳐 한 시즌 통째로 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디트로이트는 공격력 보강을 위해 예상을 뛰어 넘는 계약을 맺고 2년 후 텍사스에 연봉 3000만 달러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필더를 트레이드했다. 보라스는 추신수에게 명분과 실리를 모두 살려줄 수 있을지 공은 그에게 있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symoontexas@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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