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꿈을 만나다]‘라이드 헌터’ 한상진 씨·‘국제회의 전문가’ 최태영 대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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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의 눈으로 놀이기구를 사냥해요”
놀이기구 기획자 ‘라이드 헌터’를 만나다


경기 회천초 5학년 신혜원 양(왼쪽)과 서울 중마초 5학년 황준상 군은 놀이기구 기획자 ‘라이드 헌터’인 한상진 씨(가운데)를 최근 만났다.
경기 회천초 5학년 신혜원 양(왼쪽)과 서울 중마초 5학년 황준상 군은 놀이기구 기획자 ‘라이드 헌터’인 한상진 씨(가운데)를 최근 만났다.
사람들이 올라탄 지름 10m의 대형 원반. 360도로 회전하는 이 원반은 곡선으로 휘어진 트랙 위를 좌우로 돌면서 최대 20m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온다.

보기만 해도 스릴이 넘치는 이 놀이기구는 8월 공개된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의 ‘자이로스핀’. 자이로스핀과 롯데월드의 놀이기구 ‘4차원 슈팅시어터’(대형 화면에 나타나는 영상을 4D로 감상하면서 화면을 향해 게임용 총을 발사하는 놀이기구) ‘벨루가 토크쇼’(대형 화면 속 캐릭터와 관람객이 대화를 나누는 놀이기구)는 ‘라이드 헌터’ 한상진 씨(33·롯데월드 어트랙션개발팀)가 개발했다.

라이드 헌터는 ‘놀이공원에 있는 탈것’을 뜻하는 영어단어 ‘라이드(ride)’와 사냥꾼을 뜻하는 ‘헌터(hunter)’를 합친 말. 즉, 마치 사냥꾼처럼 해당 놀이공원에 어울리는 놀이기구를 찾아다니고, 발굴하는 일을 하는 직업이다.

경기 회천초 5학년 신혜원 양과 서울 중마초 5학년 황준상 군은 최근 롯데월드에서 한 씨를 만났다.

“수용성·인기도… 꼼꼼히 따져요”

“라이드 헌터는 무슨 일을 하나요?” 황 군이 물었다. 한 씨는 “놀이공원에 어울리면서도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놀이기구를 발굴한다”면서 공원에 알맞은 놀이기구를 선택하는 과정을 설명했다.

먼저 놀이공원 안에 새로운 놀이기구가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면 테마파크 박람회나 디즈니랜드, 유니버설스튜디오 등 세계 유명 테마파크에 있는 놀이기구 가운데 벤치마킹할 것이 있는지 알아본다.

해외 언론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샅샅이 뒤지면서 △수용성(같은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지) △안전성 △디자인 △인기도 △수명(얼마나 오래 사용할 수 있는지) 등의 기준을 바탕으로 후보 2, 3개를 뽑는다. 이후 그 놀이기구가 있는 현장에 가서 자신이 직접 타보고, 관람객들이 놀이기구를 타고 나왔을 때의 반응을 확인해 어떤 놀이기구를 도입할지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외국인과 함께 하는 일 많아

라이드 헌터는 해외 테마파크에 있는 놀이기구를 단순히 그대로 들여오는 일만 하지는 않는다. 기존의 놀이기구에 새로운 기능과 디자인을 제시해 놀이공원과 어울리는 새로운 기구로 업그레이드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라이드 헌터는 놀이기구를 볼 때 ‘어떤 점이 보완되면 관람객에게 인기가 더 높아질까’를 깊이 생각한다.

한 씨는 캐나다의 한 테마파크에서 벤치마킹한 놀이기구 ‘4D 슈팅시어터’에 점수 순위를 발표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게임이 끝난 뒤 화면에 관람객의 순위와 얼굴이 차례대로 공개되도록 한 것.

미국의 한 대학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한 씨의 꿈은 원래 ‘호텔리어’였다. 하지만 유학시절 친구들과 미국 디즈랜드를 방문했을 때, 어린이들이 놀이기구를 타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놀이공원에서 일하고 싶다’는 새로운 꿈을 키우게 됐다고.

신 양은 “라이드 헌터가 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요?”라고 물었다.

“라이드 헌터가 되기 위해 가야 하는 특정한 학과는 없어요. 단, 놀이기구를 주변 시설과 잘 어울리도록 디자인할 수 있는 안목이 있으면 좋아요.”(한 씨)

특히 한 씨는 “대부분의 업무를 외국인과 함께 진행하기 때문에 영어실력은 기본으로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마파크 산업이 크게 발달된 미국 등 영미권 국가에 놀이기구와 관련된 업체들이 많기 때문이다.

글·사진 김은정 기자 ejkim@donga.com

■“기계도 잘 다루는 멀티플레이어 돼야죠”
국제회의 전문가를 만나다


경기 이담초 2학년 고은별 양(왼쪽)과 서울석관초 4학년 성준희 양(오른쪽)은 국제회의 전문가인 최태영 인터컴 대표를 최근 만났다.
경기 이담초 2학년 고은별 양(왼쪽)과 서울석관초 4학년 성준희 양(오른쪽)은 국제회의 전문가인 최태영 인터컴 대표를 최근 만났다.
10월 박근혜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렸던 ‘APEC 정상회의’에 참가해 각국의 정상들과 세계 경제와 안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런 국제회의의 기획부터 준비, 진행까지를 모두 맡아 실행하는 직업이 있다. 바로 ‘국제회의 전문가’다.

1988년 ‘88서울올림픽 스포츠과학학술대회’를 기획하며 우리나라에 국제회의 산업의 장을 연 최태영 ㈜인터컴 대표를 서울석관초 4학년 성준희 양과 경기 이담초 2학년 고은별 양이 최근 만났다.

국제회의를 만드는 ‘PD’


“국제회의 전문가는 무슨 일을 하나요?” 성 양이 물었다.

최 대표는 “국제회의 전문가는 국제회의를 잘 만들어서 진행하는 사람”이라며 “예능프로그램을 만드는 프로듀서(PD)처럼 국제회의를 하나부터 열까지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인사들을 회의 장소로 불러 모은다고 국제회의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치밀하게 기획해야 한다. 우선 회의의 주제와 목표를 정한다. 다음으로 어느 나라의 누구를 회의에 초청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등의 계획을 짠다. 이렇게 회의에 대한 기획이 끝나면 회의를 진행할 행사 진행인원을 뽑아 준비한다. 회의 당일에 현장을 지휘하는 것도 국제회의 전문가의 몫이다.

각국 문화 속속들이 이해해야


최 대표는 1985년 국제회의 기획사업을 시작한 이래 30년 가까이 한 길을 걸어왔다. 그동안 큰 국제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러내 세계에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2010 서울 G20 정상회의’와 우리나라가 생긴 이래 가장 많은 53개국 정상이 한 장소에 모였던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다.

이 분야 ‘1인자’인 최 대표에게도 힘든 점이 있을까? “국제회의를 준비할 때 힘들었던 적은 언제인가요”하고 고 양이 묻자, 최 대표는 “환경이나 문화가 다른 사람들이 만족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답했다.

예를 들어 하루에 5번씩 메카(이슬람교의 성지)를 향해 기도해야 하는 이슬람 국가의 사람에게는 숙소에 기도할 공간을 따로 마련해줘야 한다. 최 대표는 “처음에 덩그러니 방 하나만 준비해줬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기도를 하려면 물과 방석, 그리고 메카의 방향을 알려줄 나침반과 같은 많은 준비물이 필요했다.

책을 통해 경험 쌓기를

“대표님 같은 국제회의 전문가가 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요?” (고 양)

최 대표는 “다양한 문화를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여러 나라 사람을 만나야 하는 직업이므로 최대한 많은 문화를 경험하면서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

최 대표는 “여행도 좋지만 책을 통해서도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배울 수 있다”며 책을 많이 읽을 것을 권했다.

성 양이 “국제회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공부해야 될 것은 무엇이 있나요” 하고 묻자, 최 대표는 “영어는 기본이고 다른 외국어도 잘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회의장에선 각종 기계를 다뤄야 하므로 컴퓨터와 음향장비 등도 잘 만질 수 있어야 한다.

“하나의 목표를 정하고 그것에 집중하면 한 분야의 1인자가 될 수 있다”는 최 대표는 학생들에게 “목표의식을 분명하게 가지라”고 당부했다.

글·사진 김보민 기자 g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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