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비판했던 교황 “난 마르크스주의자 아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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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는 잘못된 것이며 나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닙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자 이탈리아 현지 일간지 ‘라 스탐파’와의 인터뷰에서 “마르크스주의의 정치적, 경제적 철학은 잘못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교황은 이어 “그러나 나는 내 인생에서 훌륭한 마르크스주의자들을 많이 만났다”며 “따라서 (그와 같은 오해에) 크게 불쾌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일부 보수층에서 교황이 현대 자본주의의 병폐를 혹독히 비난한 것을 두고 “교황은 마르크스주의자”라는 비난이 제기된 것에 대한 반응으로 해석된다.

교황은 지난달 말 발표한 5만 자 분량의 권고문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에서 교회 개혁을 외치며 현대 자본주의의 병폐를 혹독히 비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복음에 대한 믿음과 밑그림을 담은 이 권고문에서 현재의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근본적으로 불공정’하다고 규탄했다. 또 ‘시장 자율’이라는 폭정 속에서 고통 받는 가난한 사람들을 교회가 최우선적으로 선택하고 돌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 취임 이후 ‘가난한 이를 위한 교회’를 강조하고 “규제 없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라는 주장을 견지해 왔다.

최근에는 교황과 마르크스주의자인 친구의 인연을 소개한 보도까지 나오면서 교황의 마르크스주의적 성향에 대한 논란을 가중시켜 왔다.

이에 대해 미국의 대표적 극우 라디오 진행자인 러시 림보는 이달 초 자신의 라디오 방송을 통해 ‘교황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생각하면 딱하다’라는 제목의 방송에서 교황의 권고문을 언급하며 “순수한 마르크스주의 그 자체다”라며 그를 비난했다. 보수 성향의 미국 폭스뉴스의 진행자 스튜어트 바니도 최근 방송을 통해 “교회는 영혼의 구원을 얻으러 가는 곳”이라면서 “교황이 내 정치적 견해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것 같다”며 비난 대열에 가세했다.

그러나 교황은 “권고문에서 말한 내용은 모두 기존 교회 교리에 들어 있는 것”이라고 라 스탐파와의 인터뷰를 통해 거듭 강조했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프란치스코 교황#마르크스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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