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환-축의금-얼음조각-내빈소개-축사 필요없다”… 이어령의 ‘五無 팔순잔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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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동안 각계 축하공연 이어져… ‘생명이 자본이다’ 출간 기념회도
李 “생명-사랑의 자본주의 구축을”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오른쪽)이 15일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자신의 팔순잔치 겸 신간 ‘생명이 자본이다’ 출간기념회에서 부인 강인숙 여사와 함께 무대에 올라 하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오른쪽)이 15일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자신의 팔순잔치 겸 신간 ‘생명이 자본이다’ 출간기념회에서 부인 강인숙 여사와 함께 무대에 올라 하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우리 시대의 대표적 지성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팔순 잔치는 지난 시대 그와 함께 걸어 온 동행자(同行者)들이 그에게 바치는 오마주(존경)의 한바탕 향연이었다.

15일 이 전 장관의 팔순 잔치 겸 신간 ‘생명이 자본이다’(마로니에북스) 출간기념회가 열린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은 고건 전 국무총리, 소설가 조정래 씨, 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 김선욱 이화여대 총장, 이길여 가천대 총장 등 600명이 넘는 문화예술계와 학계의 축하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행사장 1, 2층 좌석을 가득 채우고도 자리가 부족해 축하객 상당수가 통로에 서서 행사를 지켜봤다.

김동건 전 KBS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잔치는 불필요한 형식과 겉치레를 없앤 대신 문화예술계 인사의 축하공연과 신간도서 낭독회로 채워졌다. 이날 행사는 화환과 축의금, 얼음조각을 찾아볼 수 없는 ‘3무(三無) 잔치’를 표방했다. 쪽빛 한복 차림의 이 전 장관은 자신의 업적을 소개한 영상이 상영된 직후 무대에 올라 “제가 즐거워서 한 일이 마치 대단한 일인 것처럼 소개돼 송구스럽고 감사하기만 하다”고 했다. 그는 “오늘 와 주신 분들이 모두 제 동행자들이라 귀빈(VIP)과 말석의 구분도 없애려고 내빈 소개와 축사도 없앴다. 결과적으로 ‘5무(五無) 잔치’가 됐다”고 말했다.

불가리아 파자르지크 시립오케스트라 앙상블의 공연으로 막을 연 이날 잔치는 전통의상연구가 이영희 씨의 한복 패션쇼, 윤완순무용원의 춤, 어린이합창단 레인보우의 동요, 안숙선 명창의 판소리, 안무가 국수호 씨의 전통무,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사물놀이 순으로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올해 74세인 사회자 김 씨는 “이 전 장관 부친의 백수(白壽·우리 나이로 99세)연 사회를 본 경험이 있다. 이 전 장관의 백수연에도 사회를 보겠다”고 해 뜨거운 박수를 끌어냈다.

‘생명이 자본이다’ 낭독에는 영화배우 손숙 씨와 시인 이근배 씨가 나섰다. 이 책은 돈과 물질에 기반을 둔 자본주의를 생명과 사랑에 기반을 둔 자본주의로 다시 구축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책은 우리 경제가 무한경쟁을 지양하고 통합적 인격경제로 거듭나야 한다며 경제라는 용어도 ‘살림살이’라는 말로 바꾸고 국내총생산(GDP) 개념도 국민총행복(GNH)으로 대체돼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 전 장관은 머리말에서 “이 책은 우리가 지금 아쉬워하고 있는 생명자본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도”라고 밝혔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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