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킬러’ 차두리 뽑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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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2월 16일 07시 00분


차두리(서울)는 베테랑의 관록과 탁월한 체격조건을 앞세워 2년 만에 대표팀 재승선을 노리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차두리(서울)는 베테랑의 관록과 탁월한 체격조건을 앞세워 2년 만에 대표팀 재승선을 노리고 있다. 스포츠동아DB
2년만에 태극마크 도전…내달 전훈 발탁 관심

2002한일월드컵 막내로 쟁쟁한 선배들을 도와 4강 신화를 완성했다. 2010남아공월드컵 때는 든든한 중간 역할을 하며 후배들을 이끌고 원정 첫 16강 금자탑을 쌓았다. 주인공은 차두리(33·FC서울)다. 대표팀에서 잠시 잊혀졌던 차두리가 2년 만에 태극마크에 도전한다. 축구대표팀은 내년 1월 3주 동안 브라질,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한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은 시즌 중이라 참가할 수 없어 국내파 옥석 가리기의 성격을 지닌다. 차두리 발탁여부에 큰 관심이 모아진다.

● 잊혀졌던 2년

차두리는 조광래 감독 시절이던 2011년 11월15일 레바논과 브라질월드컵 3차 예선 원정 이후 대표팀 유니폼을 입지 못했다. 한국은 레바논에 1-2 충격의 패배를 당했고, 조 감독은 경질됐다. 이어 지휘봉를 잡은 최강희 감독은 차두리를 외면했다. 한국이 월드컵 8회 연속 진출에 성공한 뒤 올 6월 사령탑이 된 홍명보 감독도 차두리를 뽑지 않았다. 홍명보호에서는 ‘뉴페이스’ 이용(26·울산 현대)이 오른쪽 주전 수비수로 자리를 굳혔다. 2012런던올림픽 동메달의 주역 김창수(28·가시와 레이솔)는 발목 골절로 현재 재활 중이다. 내년 1월 전훈 참가도 힘들다.

● 유럽과 정면대결 가능

차두리에게는 내년 1월 전훈이 월드컵 출전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홍 감독도 차두리 발탁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왜 차두리 카드가 급부상한 것일까. 한국은 러시아와 벨기에, 알제리와 H조에 속했다. 알제리는 무늬만 아프리카일뿐 대표팀 절반이 프랑스 출신이다. 한국은 유럽 3팀을 상대하는 셈이다. 차두리는 유럽을 상대로 정면대결이 가능한 몇 안 되는 자원이다. 폭발적인 파워와 스피드로 ‘차미네이터’로 불린다. 공격 본능도 강하다. 적진 깊숙한 지역까지 들어가 상대 수비를 괴롭힌다.

선이 굵고 다소 투박한 차두리 스타일이 홍명보호와 맞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차두리가 올 시즌 FC서울에서 주전으로 뛰었다는 점을 참고해야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은 짧은 패스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조직축구를 구사한다. 대표팀과 비슷하다. 차두리가 올 3월 서울 유니폼을 입을 때도 색깔이 안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기우였다. 차두리는 실력으로 증명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 30경기 3도움으로 프로축구대상 베스트11 오른쪽 수비 최종 후보에 올랐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와 같은 국제무대에서 더 경쟁력을 발휘했다. 서울의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에 차두리도 한 몫 톡톡히 했다.

● 풍부한 경험, 팀 분위기 이끌 적임자

홍 감독 코멘트에서도 차두리 선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홍 감독은 지난 달 스위스-러시아와 평가전을 마친 뒤 “본선에 대비해 국내와 해외, 베테랑까지 팀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조 추첨을 마치고 12일 돌아와서도 “경험적인 면과 관계 등을 고려해 (내년 1월 전훈멤버를) 선발할 것이다”고 했다. 스위스-러시아 전에 나선 대표팀 선수들의 평균 나이는 24.3세였다. 이 중 월드컵을 경험한 선수는 정성룡(수원), 이청용(볼턴), 기성용(선덜랜드) 3명뿐이다. 월드컵과 같은 큰 대회에서는 팀의 중심을 잡아 줄 노련한 선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홍 감독 판단이다.

차두리가 첫 손에 꼽힌다. 월드컵 경험은 차두리를 따라갈 선수가 없다. 차두리는 현 대표팀 멤버와도 각별하다. 기성용과는 셀틱(스코틀랜드) 시절 한솥밥을 먹은 절친. 기성용은 차두리 덕분에 슬럼프에서 탈출했다. 손흥민(레버쿠젠)은 차두리를 삼촌이라 부른다. 독일이 제2의 고향인 차두리는 구자철(볼프스부르크),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등 분데스리거와도 가깝다. 유럽파와만 친한 게 아니다. 서울 선수들이 가장 잘 따르는 선배다. 나이와 소속을 따지지 않고 누구와도 격의 없이 지낼 수 있고, 벤치에서도 후배들을 격려하며 팀 분위기를 이끌 수 있는 선수가 차두리다.

차두리가 올 3월 서울에 입단할 때 최용수 감독과 ‘차붐 가(家)’의 대를 이은 인연이 큰 화제였다. 차두리 아버지 차범근 SBS해설위원이 1998년 프랑스월드컵 지휘봉을 잡았을 때 최 감독은 주전 스트라이커였다. 차두리와 최 감독은 2002한일월드컵 때 ‘방졸’과 ‘방장’이었다. 차두리는 홍 감독과도 똑같은 인연으로 얽혀 있다. 홍 감독은 1998프랑스월드컵 간판수비수로 차 위원과 함께 했고, 2002한일월드컵 주장으로 차두리와 한솥밥을 먹었다. 차두리가 소속 팀에 이어 대표팀에서도 또 한 번 11년 전 ‘형’을 ‘감독’으로 맞이할 수 있을까.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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