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나를 찾아서]사람과 사람이 만나 정겨움이 살아있는 곳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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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직거래장터, 동행마켓’

상인은 추위로 몸이 언 등산객들을 위해 따뜻한 황태 국물을 준비했다. 장터에는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
상인은 추위로 몸이 언 등산객들을 위해 따뜻한 황태 국물을 준비했다. 장터에는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
전국 팔도 농축산물이 모두 모인 곳

서울대공원 직거래 장터, 동행 마켓에는 서울 근교에서 수확한 농산물을 비롯해 전국의 산지에서 갓 나온 각종 농산물과 축산물이 모여있다. 각각의 생산농가가 지역의 이름을 걸고 대표로 직거래 장터에 나와 지역을 대표하는 농산물을 판다. 강원도 인제에서 올라온 나정수 사장은 황태는 강원도 인제 찬 바람에 말린 것이 최고라며 자랑했고, 그 앞에서 황태를 고르던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맞장구를 쳤다.

자연 맛에 놀라고, 가격에 놀라고!

서울대공원 직거래 장터 동행마켓은 서울대공원 분수대 광장에서 매주 토·일요일에 열린다. 전국 시도 36개 지자체 48개 농가가 참여해 직접 생산한 농축산물을 저렴한가격에 판매한다. 서울대공원 직거래 장터 동행마켓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후원한다.
서울대공원 직거래 장터 동행마켓은 서울대공원 분수대 광장에서 매주 토·일요일에 열린다. 전국 시도 36개 지자체 48개 농가가 참여해 직접 생산한 농축산물을 저렴한가격에 판매한다. 서울대공원 직거래 장터 동행마켓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후원한다.
경기도에 사는 주부 홍정은 씨는 해남 김치를 사기 위해 일부러 서울대공원 직거래 장터를 찾았다. 사장님의 친절한 설명과 넉넉한 인심이 훈훈하다.
경기도에 사는 주부 홍정은 씨는 해남 김치를 사기 위해 일부러 서울대공원 직거래 장터를 찾았다. 사장님의 친절한 설명과 넉넉한 인심이 훈훈하다.
직거래 장터에서는 마트에서 볼 수 있는 여느 농산물과는 다르게 못생긴 것도 팔리고 있다. 구수한 말투와 손 글씨로 ‘호박 골라보세요, 3,000원부터’라고 써놓고 손님을 맞는 안종옥 사장은 농산물은 못생긴 것일수록 친환경에 가깝다고 말한다. 잘생긴 농산물은 보기에는 좋지만 재배 과정에서 약을 써서 기른 것이 다반이다. 비록 못생기고 색깔도 얼룩덜룩하지만 자연 그대로 기른 농산물이 몸에는 더욱 좋다며 전남 해남에서 갖고 온 호박을 자랑스레 어루만진다. 그래서일까. 못생겼지만 이들 사과, 고구마, 호박 등을 시식해 본 소비자들은 한목소리를 낸다. “아우∼ 정말 맛있어요.”

상품의 품질뿐만 아니라 가격도 착하다. 중간 유통단계 없이 생산자들이 산지에서 직접 갖고 올라와 파는 만큼 저렴하다. 주말 아침 산책도 하고 장도 볼 겸 서울대공원을 찾았다는 동네 주민 오현지 씨는 “농산물이 신선하고 맛도 좋고 저렴해 주 중에 마트에 가는 대신 일부러 주말까지 기다렸다가 직거래 장터로 와요”라고 말한다.

서울대공원으로 산책을 나왔다가 두 손 가득 장을 보고 돌아가는 부부.
서울대공원으로 산책을 나왔다가 두 손 가득 장을 보고 돌아가는 부부.
충남 태안에서 올라와 호박고구마를 파는 박종진 사장은 “소비자와의 신뢰가 직거래 장터의 생명”이라고 말한다. 강원도 화천에서 손수 캔 칡뿌리를 파는 김선희 사장 역시 “겨울이 다가오지만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꼭 나와 소비자를 만날 것”이라고 말한다.

하나 주고
또 주는 인심은 덤

전국 각지로 흩어졌다가 일주일 만에 다시 만난 농민들. 장터에서 농산물을 파는 동안 농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웃음꽃을 피운다.
전국 각지로 흩어졌다가 일주일 만에 다시 만난 농민들. 장터에서 농산물을 파는 동안 농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웃음꽃을 피운다.
본인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자랑하며 오가는 손님들에게 하나씩 맛보라고 건네는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마치 동네 장터에 온 기분이 든다.

이들이 건네는 건 한입 시식만이 아니다. 현장에서 직접 절인 배추에 양념을 묻혀 김치를 담가 파는 아주머니는 김치통을 들고 온 손님에게 친정어머니처럼 자신만의 비법을 숨김없이 알려준다. 정겨운 대화가 오간 뒤에 전해 받는 덤 한 움큼은 장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우리네 인심이다.

생산자가 직접 소비자를 만나니 좋다

모양은 못생겼지만 맛과 영양은 만점인 농산물. 약을 치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모양은 못생겼지만 맛과 영양은 만점인 농산물. 약을 치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두 손 가득히 장을 본 후에 돌아가려니 어느덧 해가 뉘엿거리고 있었다. 쌀쌀한 날씨에 매주 서울에 올라와 종일 야외에서 일하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고 물으니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다면서 껄껄 웃는다. 매일 농사만 짓던 사람이 농산물을 알리고 판매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주말마다 한 곳에서 전국 각지의 생산자뿐만 아니라 소비자도 직접 만날 수 있어 좋다며, 동행마켓에 오는 것이 하나의 낙이라고 말한다. “직거래 장터에 나온 후부터 매출도 올랐어. 장터에서 한번 먹어보고 전화로도 주문하는 사람이 많아졌더라고.”

사람들의 정겨운 삶의 소리가 그립다면, 이번 주말에는 서울대공원 직거래 장터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글·사진 박진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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