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정성진]대통령이 보다 큰 눈으로 보는 슬기가 필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정성진 전 법무부 장관 국민대 명예교수
정성진 전 법무부 장관 국민대 명예교수
8월에 한 언론사가 동아시아연구원과 공동으로 2013년도 우리 사회의 파워조직에 대한 영향력과 신뢰도를 국민 1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도했다. 그 내용에 따르면 영향력 측면에서는 국가기관 중 검찰이 10점 만점에 6.58점, 감사원이 6.11점, 국가정보원이 5.51점 순이었으며, 신뢰도 측면에서는 감사원 5.07, 검찰 4.48, 국정원 4.02 순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 순위는 모두 삼성,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보다 떨어지고 특히 신뢰도는 사법부보다도 모두 낮은 수준임이 드러난 바 있다.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지키는 국가 최고의 회계 및 직무감찰기관이고, 검찰은 범죄수사와 지휘, 공소제기 등을 담당하는 준사법기관이다. 또 국가정보원은 대통령 소속으로 국외정보 및 국내보안정보 수집과 국가기밀에 속하는 문서 등의 보안업무, 그리고 내란 등 죄의 수사와 정보 등의 기획·조정업무를 맡도록 법에서 정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 기강을 지키는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이처럼 중요한 기관 중 감사원장은 양건 전 원장이 임기 중 석연치 않은 사유로 자진 사퇴한 후 3개월 이상 비워둔 상태였고, 검찰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채동욱 전 총장이 약 5개월 만에 물러난 후 다시 2개월여가 지나 김진태 총장이 새로 취임하였으며, 지난 정부의 원세훈 국정원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현재 불구속재판을 받고 있다.

사실 공직사회에서 감사원 감사의 위력은 생각보다 훨씬 크며 소속 공무원에 대한 감사원 자체 교육의 질과 수준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지휘부서의 잇따른 교체와 정치적 영향력 시비 등으로 그 신뢰도가 다소 떨어지긴 했어도, 기본적으로 법치주의의 감시자라는 사명감을 지닌 법률가의 집단이므로 국민들이 그 역할과 활동에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다.

또 국가정보원은 10여 년 전부터 대공 정보력이 저하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일부의 우려가 있지만, 올 3월에 취임한 남재준 원장의 의지와 범국민적 주시 속에서 이제 국가 최고 정보기관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국민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는 가운데 새로운 리더가 이끄는 체제로 출발한 이들 감사, 수사 또는 정보의 중추기관들은 과연 어떤 자세와 철학으로 시대의 변화와 국가적 요청에 부응해야 할 것인가를 깊이 고민해보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대전제는 이 기관들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고유의 위치와 임무에 보다 충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국민들은 감사원이 행정각부 중 하나가 아니고 독립된 헌법기관이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지난 원장 시절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의 일관되지 못한 발표에 실망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검찰은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해묵은 과제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국내 정치문제 개입 등의 문제로 전임 원장이 재판을 받고 있으며 아직도 야당으로부터 ‘물 타기’ 따위의 말을 들으며 국회의 개혁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중추기관들이 개입과 자제의 균형을 지키면서 헌법이 부여한 소임에 충실하려면 대통령과 대통령실 인력의 큰 눈으로 보는 슬기와 헤아림이 필수라고 생각된다. 물론 대통령실의 한 수석급 인사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박 대통령이 임명한 채 전 검찰총장을 마치 지난 정부에서 임명한 것처럼 발언하는 것과 같은 사례도 더이상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결국 국가 기강이 바로서기 위해서는 이 기관들이 과거의 방식에 매몰되지 않고 우리의 헌법적 가치에 보다 충실하면서 국민, 특히 중도적 시민층으로부터의 신뢰를 축적해갈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단지 초연하기보다 역사의 선도자로서 그러한 행정적 분위기를 솔선하여 이끌어 가기를 진작부터 바라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정성진 전 법무부 장관 국민대 명예교수
#대통령#감사원장#국가정보원#인사#헌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