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광기, 쿠데타 부를수도… 한미 “작계 5029 수립중”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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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장성택 처형 / 급변사태 신호탄인가]
한미 “중대하고 긴급한 국면”… 주민봉기 등 4, 5개 시나리오 대비
金국방 “김정은이 군부장악” 신중… “집권뒤 군지휘부 80% 이상 교체”
정부도 “냉정하고 차분하게 주시”

사형 선고한 특별군사재판



북한은 12일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을 열고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사형을 판결했다. 13일 노동신문에 공개된 사진에는 보위부 소속 재판관 3명(왼쪽부터 계급은 대좌, 중장, 소장)이 장성택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사형 선고한 특별군사재판 북한은 12일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을 열고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사형을 판결했다. 13일 노동신문에 공개된 사진에는 보위부 소속 재판관 3명(왼쪽부터 계급은 대좌, 중장, 소장)이 장성택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북한 급변사태의 신호탄인가.’

13일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재판 직후 즉결 처형됐다는 사실이 전격 공개되자 북한 내부의 불안정성이 유례없이 고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피의 숙청과 광기로 집약되는 ‘김정은식 공포정치’가 몰고 온 이번 사태가 향후 북한 내 권력 구도를 뿌리째 뒤흔들고, 더 나아가 체제 위기를 촉발해 급변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마저 제기된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의 무자비한 통치 행태가 북한 지도부의 극심한 동요와 민심 이반을 초래해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성택의 숙청과 처형사태 이후 북한 정세가 어디로 튈지 그만큼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 “급변사태 시나리오 중 군사정변 가능성 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도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만약 북한 급변사태 시 (우리 군의) 안정화 계획이 있느냐’는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의 질의에 “그런 계획을 갖고 있으며 여러 가지 유형을 검토하고 대비 중”이라고 답했다. 한국과 미국 정보당국도 현 북한 정세를 ‘중대하고 긴급한 국면’으로 보고 급변사태를 포함한 대북 군사대비책 점검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정보당국은 첩보위성과 대북 감청부대 등 모든 정보감시자산을 총동원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동향을 비롯해 북한 권력 내부의 이상징후 파악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한미 정보당국은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내 권력 구도의 재편 과정에서 돌발(급변)사태가 발생할 개연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미 군 당국은 △군사정변(쿠데타)이나 주민 봉기 △북한 주민의 대량 탈북사태 △북한정권의 대량살상무기(WMD) 통제력 상실 △대규모 재난사태 등 4, 5가지 북한 급변사태 시나리오를 상정해왔다. 한미 군 당국은 급변사태 유형별 군사적 대책을 담은 작전계획(OPLAN) 5029를 수립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작계 5029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작전계획으로 수립하려다 당시 청와대의 반대로 중단되기도 했다.

군 일각에선 장성택의 숙청 및 처형 사태를 계기로 북한 급변사태의 최우선 시나리오로 ‘군사정변’ 가능성을 꼽는다. 김정은이 이런 식의 ‘광포(狂暴)정치’를 고집하다가 군부 쿠데타와 같은 ‘부메랑’을 맞아 한순간에 정권이 붕괴되는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1인자를 넘보는 2인자’는 친인척이라고 해도 결코 용납하지 않는 김정은의 극단적이고 무자비한 통치 행태를 목격한 군부세력 등 측근들이 겉으론 충성경쟁을 벌이면서도 속으론 다른 맘을 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성택이나 이영호 전 총참모장 등 김정은 체제의 ‘희생양’이 된 핵심인사를 지지하는 잔존 세력들이 기회를 틈타 반기를 드는 사태가 발생할 소지도 간과할 수 없다. 군 관계자는 “아무리 충성을 하고 측근이 되더라도 언젠가 김씨 일가의 ‘제물’로 전락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의 ‘공포정치 카드’가 의도와 달리 체제 위기를 자초하는 역효과를 불러오는 악수(惡手)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 김관진 장관, “김정은이 군부 장악한 것 같다”

반면 신중론도 제기된다. 장성택의 숙청과 처형 사태가 북한 체제를 뒤흔들 만큼 ‘중대변수’로 보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북한이 급변사태 등으로 무너질 것이라는 섣부른 기대감 때문에 현실적이고 냉정한 대북정세 분석과 정책수립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관진 장관도 이날 국회에서 “(김정은이) 군부를 장악하고 있다고 평가한다”며 “(김정은 집권 이후) 군 지휘부를 80% 이상 교체했다”고 밝혔다. ‘군부가 장성택 처형을 주도했느냐’는 의원들의 질의에는 “군부 주도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정부 당국자는 “현재로선 냉정하고 차분하게 북한 정세를 관망하고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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