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킬'하러 나왔다? AMD 라데온 R9 290

  • Array
  • 입력 2013년 12월 13일 18시 09분


코멘트
한동안 엔비디아 지포스 시리즈 일색이었던 그래픽카드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부터 본격 출시된 AMD의 라데온 R9과 R7 시리즈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라데온 R9 270X와 R9 280X가 가격대 성능비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판매 순위 상위권에 속속 등록되고 있다.


AMD는 여세를 몰아 R9 280X의 위 급이자 최상위 제품인 R9 290X의 바로 아래 급 제품인 ‘라데온 R9 290’을 최근 시장에 투입했다. 가격은 인터넷 최저가 기준 50만 원 정도다. 사실 대다수 일반 게이머라면 30만 원대 제품인 R9 280X로도 충분히 만족하겠지만, 몇몇 사람들은 좀 더 욕심을 낼 수 있다. 하지만 60만 원대 후반에 이르는 R9 290X를 사는 건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 때문에 등장한 것이 R9 290인 것이다.

상위 제품인 R9 290X와 큰 차이가 없는 사양

라데온 R9 290은 R9 290X과 가격 차이가 제법 나지만 그에 비해 하드웨어적인 사양의 차이는 크지 않다. 레퍼런스(표준) 규격에 따른 두 제품의 GPU 사양을 비교해 보면 스트림프로세서(연산 소자)의 수가 10% 정도, 클럭(동작속도)의 차이가 5% 정도 나는 정도다. 그 외에 메모리 및 부가 기능 등에 관련된 사양은 거의 같다.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고는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어찌 보면 R9 290X를 ‘팀킬’하는 제품일 수도 있는데, 사실 R9 290X 같은 최상위 제품은 많이 팔려고 내놓는 제품이라기 보단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 뭐든지 최고를 추구하는 상위 1%의 매니아를 만족시키고 기업의 기술력도 과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R9 290는 이보다는 좀더 실속을 추구하는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소비자는 물론, 기업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최신 제품다운 고급 부가 기능도 그대로

R9 290을 비롯한 라데온 R9 시리즈의 자랑거리라면 다이렉트X 11.2나 OpenGL 4.3과 같은 최신 그래픽 기술에 대응한다는 점, 그리고 AMD가 최근 새로 발표한 그래픽 API인 맨틀(Mantle)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맨틀은 GCN(Graphic Core Next, 라데온 HD 7000 시리즈 이후) 기반의 AMD 하드웨어에 최적화된 기술로, 여러 플랫폼으로 동시에 게임을 개발할 때 개발자의 부담을 덜면서 콘텐츠의 품질을 균일화 하는데 유리하다고 한다. 아직 지원하는 게임이 거의 없지만 활성화 된다면 향후 AMD에게 큰 무기가 될 것이다.


R9 290의 카드를 자세히 살펴 보면 기존 라데온 시리즈와 달리 크로스파이어(crossfire) 모드를 구성하기 위한 커넥터가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크로스파이어는 AMD의 멀티 GPU 모드로, 한 대의 PC에 2대 이상의 라데온 그래픽카드를 꽂아 그래픽 성능을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기존 라데온은 그래픽카드 기판에 있는 크로스파이어 커넥터에 브릿지(bridge, 연결 부품)을 꽂아 각 그래픽카드를 연결, 크로스파이어를 구성했지만 R9 290, R9 290X는 브릿지 없이도 크로스파이어를 구현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기존 방식의 크로스파이어 보다 성능 효율이 좋아졌다는 발표는 없지만 편의성이 향상된 것은 확실하다.


참고로 크로스파이어 커넥터가 있을 법한 자리에 대신 자리하고 있는 것은 냉각모드를 변경하는 스위치다. 소음은 적지만 냉각 성능이 다소 떨어지는 저소음 모드, 그리고 그 반대의 특성을 가진 고성능 모드로 변환이 가능하다.


그 외에 포트 종류의 구별 없이 그래픽카드에 달린 모든 포트가 모니터 3대로 동시에 영상을 출력해 하나의 화면을 구성하는 아이피니티(Eyefinity) 모드를 지원한다는 점도 라데온 R9 시리즈의 장점이다. 기존 제품은 DP 외의 포트에서는 아이피니티를 구현하는데 다소 제약이 있었는데 이 점이 개선된 것.

R9 280X, R9 290X와의 성능 비교

라데온 R9 290의 대략적인 특징을 알아봤으니 다음은 직접 실제 성능을 체험해 볼 차례다. 코어 i7-4770(하스웰) CPU에 8GB DDR3 메모리, 삼성 840 Evo 120GB SSD로 구성된 윈도7 64비트 운영체제 기반의 시스템을 이용, 성능을 측정해봤다. 참고하기 위해 라데온 R9 280X과 R9 290X도 이용, 성능을 비교했다. 하위 제품인 R9 280X과는 성능 차이가 클수록, 상위 제품인 R9 290X과는 성능 차이가 적을수록 R9 290의 구매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벤치마크 프로그램 이용한 테스트 - 3DMARK

가장 먼저 해본 테스트는 벤치마크 프로그램인 ‘3DMARK’를 이용한 성능 측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해당 PC의 3D 그래픽 구현 능력을 수치로 알려준다. 설정값은 초기로 둔 상태에서 가장 많은 성능 부하를 일으키는 ‘Fire Strike’ 항목의 테스트 점수를 비교했다.


테스트 결과, 라데온 R9 290는 8,796점을 기록했다. R9 280X의 7,347점과 제법 차이가 나는 반면, R9 290X의 9,269점과는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다. 점수 및 제품 가격의 차이만 봐선 R9 290X 보다는 R9 290의 구매 가치가 훨씬 커 보이는데, 실제 게임을 구동했을 때의 성능차이는 어떠한지 살펴볼 일이다.

게임 구동 능력 테스트 1 – 블레이드&소울

다음에는 MMORPG인 '블레이드&소울'을 구동해 봤다. 온라인 게임 중에서도 상당히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이라 신형 그래픽카드의 성능을 테스트하는데 적합한 타이틀이기도 하다. 게임 초반 ‘망자의 숲’에서 20여분 정도 사냥과 퀘스트 진행을 하며 평균 프레임을 측정했다. 화면 해상도는 1,920 x 1.080, 그래픽옵션은 모두 최상급인 5단계로 높였다.


테스트 결과, R9 290은 R9 290X과 동일한 평균 120프레임을 기록했다. 결과가 이렇게 나온 이유는 블레이드&소울이 120프레임 이상 프레임이 올라가지 않도록 제한을 건 게임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제한이 없었다면 다소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아무튼 R9 290 정도면 블레이드&소울을 하는데 과분한 사양임은 확실한 것 같다.

게임 구동 능력 테스트 2 – 툼레이더

다음에는 ‘툼레이더(리부트)’를 구동해봤다. 이 게임은 주인공의 머리카락을 현실적으로 표현하는 'TressFX' 그래픽 기법을 적용한 것이 특징인데, 이 옵션을 활성화하면 프레임 저하가 매우 극심해서 웬만한 시스템에선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할 정도다. 1,920 x 1,080 해상도에서 TressFX를 포함한 모든 옵션을 최상으로 높이고 게임에서 제공하는 벤치마크 기능으로 프레임을 측정했다.


테스트 결과는 R9 280X에 비하면 확연히 높은 평균 67프레임을 기록했다. 반면, R9 290X의 70.9 프레임과 비교하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라 전에 실시한 3DMARK의 결과값이 제법 믿을 만 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게임 구동 능력 테스트 3 – 크라이시스3

마지막으로 테스트해 본 게임은 ‘크라이시스3’다.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사양이 제법 높은 것으로 유명한 FPS 게임인데, 특히 게임 시작 지점이 각종 특수 효과가 화면을 가득 메우는 악천후 장면이라 사양이 어느 정도 되지 않는 시스템으로는 시작부터 원활한 진행이 되지 않을 정도다. 1,920 x 1,080 해상도에서 모든 옵션을 최상으로 높이고 시작 지점의 평균 프레임을 측정했다.


측정 결과, R9 290는 R9 290X과 그다지 큰 차이가 없는 성능을 발휘했으며, R9 280X에 비하면 확연한 우위를 보였다. 전반적인 성능 및 가격을 고려해 볼 때 확실히 R9 290는 R9 290X에 비해 한층 우월한 구매가치를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비싸다, 그런데 ‘가성비’는 높다?

AMD 라데온 R9 290는 2013년 12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 40만 원대 후반에 팔리고 있다. 물론 절대적 기준으로 볼 때 누구나 살 수 있는 싼 제품은 아니다. 사실 20~30만 원대의 그래픽카드로도 시중에서 서비스하는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들을 아주 만족스러운 품질로 구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사용자들도 분명히 있다. 일반적인 온라인 게임 보다 훨씬 고성능을 요구하는 최신 패키지 게임을 최고 옵션으로 플레이하고 싶은 사람, 혹은 미래의 그래픽 성능을 한 발 먼저 체험해 보고자 하는 사람도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이런 사용자들이 50만 원 이상, 혹은 100만 원대에 이르는 최상위급 그래픽카드를 산다. 이런 사용자들에게 라데온 R9 290는 충분히 ‘가성비’가 좋은 그래픽카드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 포털 내 배포되는 기사는 사진과 기사 내용이 맞지 않을 수 있으며,
온전한 기사는 IT동아 사이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사용자 중심의 IT저널 - IT동아 바로가기(http://i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