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웬 흑사병? 3개 대륙 현재진행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근세 때 사라진 줄 알았던 흑사병이 지금도 위생이 불결한 지역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세기 중엽부터 300년 동안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급성전염병. 감염 후 살이 썩어 검게 되기 때문에 ‘검은 죽음(black death)’으로 불렸던 흑사병의 공포는 19세기 말 병의 원인인 페스트균 치료법이 개발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흑사병의 그림자는 현재에도 세계 곳곳을 엄습하고 있다. 최근 아프리카 동쪽 아름다운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 수십 명이 흑사병으로 사망해 대유행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 마다가스카르에 드리운 ‘검은 공포’

마다가스카르 주재 파스퇴르연구소는 북동부에 있는 만드리차라 시에서 지난주 숨진 23명의 시신에서 혈액을 채취해 조사한 결과 모두 흑사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지난해에도 이 섬나라에서는 총 256건의 발병 사례가 보고됐다. 이 중 60명이 사망했다.

연구소는 2009년 쿠데타 이후 마다가스카르 주민들의 생활 여건이 나빠진 가운데 섬 곳곳에 발병 균을 옮기는 쥐들이 많은 데다 불결한 위생 상태로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BBC방송은 “현지 보건당국 관계자들이 마다가스카르 외곽지역에 파견돼 추가 발병 여부 등 본격적인 실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흑사병 환자는 마다가스카르뿐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매년 1000∼3000건 발생하고 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주로 외진 서부 지역에서 매년 평균 7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또 최근 44년간 브라질, 콩고민주공화국, 페루 등과 함께 매년 흑사병 환자가 발생한 7대 국가에 포함됐다.

올해 8월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의 유명 관광지 이식쿨에서는 15세 소년 1명이 흑사병으로 숨지고 3명의 의심환자가 발생해 현지 보건당국을 긴장시켰다. 추가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보건당국은 전염을 막기 위해 의료진과 대책반을 이 지역에 급파해 소년과 접촉했던 105명을 격리하고 인근 지역 주민 500명에 대해 예방 조치를 했다. 마이클 비건 영국 리버풀대 생태학 교수는 “흑사병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것은 착각”이라며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고 말했다.

○여전한 ‘공포의 전염병’ 가능성

흑사병은 페스트균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열성 전염병으로 숙주 동물인 쥐에게 기생하는 벼룩에 의해 사람에게 전파된다.

14세기부터 300년이 넘게 유럽을 휩쓸며 유럽 인구의 절반을 희생시켰다. 의학적 정보가 부족하던 당시 거지, 유대인, 한센병 환자, 외국인 등이 흑사병을 퍼뜨리는 자들로 몰려 집단 폭력이나 학살을 당했다. 또 의사들은 ‘뜨거운 물에 들어가 모공이 열리면 역병이 쉽게 침투한다’며 목욕을 금지하는 등 잘못된 상식을 전달해 오히려 흑사병 창궐을 부추기기도 했다.

이후 생활환경이 개선되고 19세기 파스퇴르에 의해 치료법이 개발되면서 흑사병은 박멸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페스트균은 지금도 분포가 희박하지만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에서 여전히 발병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흑사병#마다가스카르#아프리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