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성택 숙청 이후]광폭이냐 광기냐… 金추모단 보면 판가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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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2주기 행사… 주석단 연단 주목

‘17일 북한 김정일 추도행사의 연단을 주목하라.’

북한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2주기를 맞아 준비 중인 추모 행사의 주석단에 어떤 인물들이 서게 될지가 관심이다. 이날 참석자들의 면면은 2인자였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숙청이 이른바 ‘장성택 라인’의 추가 숙청과 대대적인 인사 물갈이로 이어질지를 가늠할 중요한 근거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지도부 내부의 동요를 막기 위해 장성택의 측근들까지 껴안는 이른바 ‘광폭(廣幅) 정치’를 할지, 아니면 핏빛 숙청을 이어가는 ‘광기(狂氣) 정치’를 할지를 판단할 무대이기도 하다.

통일부 당국자는 12일 기자들과 만나 “17일 0시에 김정은 지도부가 (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을 참배할 때 어떤 인물들이 어떤 자리에 갔는지 확인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날 공개를 앞두고 이미 지금 내부적으로 새로운 인물들이 새로운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보당국은 현재 북한 지도부의 내부 동향과 인사, 조직 개편 등 관련 정보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가장 큰 관심은 장성택의 측근들이 여전히 건재한지이다. 장성택의 숙청을 결정한 8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 주석단에는 있었지만 그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문경덕 평양시 당 책임비서 등 간부들이 여전히 얼굴을 드러낼지는 미지수다.

이번 추모행사는 떠오르는 실세가 누구인지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앞으로 김정은에게 더 밀착할 것으로 보이는 인물로는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과 조연준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이 거론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불과 1년이지만 이미 당정군의 핵심 인사 중 상당수가 교체됐기 때문에 이번 주석단의 구성 역시 최소한 절반 이상 바뀔 것”이라며 “당시 주석단 서열 아래쪽이었던 조연준의 순서가 위쪽으로 확 당겨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치국 주석단 외에도 마원춘, 황병서, 박태성, 김병호, 홍영칠 등 5명의 당 부부장을 비롯한 실무진이 얼마나 지근거리에서 김정은을 보좌하게 될지도 주목해야 할 포인트다. 이들 ‘5인방’은 김정은이 장성택 숙청 직전 방문한 백두산지구의 삼지연 혁명유적지에도 동행해 주목받았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이들이 아직 부부장급이기는 해도 조직지도부와 기계공업부 같은 핵심부서의 실무를 맡게 될 차세대 신진세력”이라고 말했다.

남편 장성택의 숙청 전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던 김경희 당 비서가 어떤 표정으로 어디쯤 서 있게 될지도 전문가들이 꼽는 관전 포인트다. 1년 전 임신으로 부른 배를 안고 검은 상복 차림으로 김정은 옆에 섰던 그의 부인 이설주는 이번에도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탈북자 출신인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김정은이 반당 세력의 ‘머리’로 지목된 장성택은 쳐내되 나머지 사람들은 큰 죄가 없을 경우 끌어안을 것으로 본다”며 “적을 만들기는 너무 부담스러운 상황인 만큼 ‘광폭정치’를 하는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만들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장성택에게 적용된 죄목들은 체제를 위협하는 심각한 수준의 범죄들”이라며 “이를 제대로 정비해야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전방위 숙청 작업이 이미 시작돼 상당 부분 진행됐다”고 말했다.
▼ 행정부 인사권까지… 黨 조직지도부 무소불위 권력 되찾나 ▼
장성택에 뺏긴 권한 다시 장악할 듯


북한이 김정은 집권 3년차를 맞아 조만간 단행할 것으로 보이는 조직개편 과정에서 노동당의 핵심부서인 조직지도부가 다시 몸집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장성택 당 행정부장이 최근 전격 숙청되면서 행정부의 권한과 기능이 조직지도부로 흡수될 가능성이 크다고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조직지도부는 북한 내 모든 당원과 간부들의 정치적 동향은 물론 사생활까지 감시, 보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또 북한 권력의 피라미드 정점에 있는 고위급 인사 3000여 명의 인사를 결정하기 때문에 북한 내부의 어느 권력기관과도 비교하기 어려운 막강한 권한을 가져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2007년 행정 부문이 행정부로 이관되고 그 수장으로 장성택이 임명되면서 일부 역할이 분산됐다. 조직지도부는 그 과정에서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부 등 핵심 기관들에 대한 권한을 행정부로 넘겨야 했다. 이번에 조직지도부와 행정부가 다시 합쳐질 경우 장성택이 쥐고 있던 인사권까지 합쳐 무소불위의 권력을 되찾게 되는 셈이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북한,
처형 장면 동영상으로 배포’ 내용의 채
널A 리포트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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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지도부가 행정부와 그 수장인 장성택에 대해 보복을 벼르고 있었다는 말도 나온다. 2010년부터 이용철과 이제강, 박정순, 우동측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교통사고나 폐암, 자살 등으로 사망한 배후에 장성택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두 기관 사이에 주도권을 둘러싼 싸움이 계속돼 왔다”며 “장성택의 재기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행정부는 현재의 기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북한#김정일 추도행사#장성택 숙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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