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변호인’ 송강호 “정치적인 면만 다뤘다면 안 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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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2월 11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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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강호는 “(임)시완이가 고문 받는 촬영 전날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야단쳤어요. 섭섭해하지 않겠죠?”라고 말했다.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배우 송강호는 “(임)시완이가 고문 받는 촬영 전날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야단쳤어요. 섭섭해하지 않겠죠?”라고 말했다.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좋은 작품을 하게 해줘서 고맙다. 부족하지만 최소한 내 진심을 담겠다.’

배우 송강호(46)가 영화 ‘변호인’에 참여하기로 결정하며 양우석 감독에게 보낸 문자다. 송강호가 이 문자를 보내기까지 일주일이 걸렸다.

“처음에는 고사했지만 작품이 머릿속에 떠나지 않고 눈에 아른아른 거렸어요. 잘 해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 아내가 많은 용기를 줬어요. 저 역시 고민을 하며 자신감을 회복했죠. 이 영화를 받아드릴 준비를 하는데 딱 일주일이 걸렸어요.”

영화는 1981년 제5공화국 정권 초기 부산 지역에서 벌어진 부림사건과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삼았다. 사건과 인물은 영화적으로 재구성됐지만 정치인으로서 극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의 이야기이기에 ‘변호인’은 제작단계부터 시선이 집중됐다. 송강호는 이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워하며 이야기를 꺼냈다.

“이 작품은 노무현 전 대통령 인생의 단면을 이야기하는 것은 맞아요. 하지만 그 분을 미화하거나 그 분을 헌정하는 작품은 아닙니다. 만약 그런 작품이었다면 저는 참여하지 않았을 거예요. 제가 이 영화로 상식적인 세상을 위해 열정적인 사람을 살았던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러니 영화를 보기 전 괜한 오해와 편견은 안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개봉 후에는 어떤 비판을 받을 준비는 돼 있어요.”

영화 ‘변호인’에서 송강호가 연기하는 송우석을 보고 있노라면 역시 ‘국민배우’라는 말이 떠오른다. 돈이나 많이 벌자는 변호사 송우석을 천연덕스럽게 연기하고 단골집 주인 아들이 빨갱이로 오인돼 말도 안되는 고문을 받은 사실을 알고 울분에 차 정의를 위해 싸우겠다는 변호사 송우석을 감정을 폭발시키며 연기한 송강호를 보면 저절로 감탄하게 된다. 특히 연이은 공판을 통해 보여준 송우석의 감정변화는 극의 절정을 이룬다.

“연습을 많이 했어요. 하하. 숙소에서 연습하다가 지치면 쉬다가 또 연습하고…. 또 촬영하기 전 촬영장에 미리 내려와서 동선을 확인하며 혼자 리허설을 했어요. 각각 공판마다 연기적으로 실험을 하며 느낌을 다르게 했어요. 감정연기는 다르지만 똑같은 진심을 담으려고 노력했죠.”
배우 송강호.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배우 송강호.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송강호에게 2013년은 특별한 해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한 해에 ‘설국열차’, ‘관상’, ‘변호인’을 선보였고 곧 2000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 배우가 된다. 이런 넘치는 관심에 그는 “감사할 따름이다”며 겸손하게 답했다.

“과분한 사랑을 받았죠. 흥행도 흥행이지만 한 해에 3작품을 하면서 운이 좋은 배우라고 생각했습니다. ‘설국열차’, ‘관상’, ‘변호인’ 모두 장르도 다르고 시공간도 달라서 각각 다른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었어요. 덕분에 관객들도 새로운 연기를 하는 송강호를 보실 수 있게 됐고요. 제가 작품을 선택할 때 새로운 이야기와 인물을 주로 보지만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절대적인 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송강호의 차기작이 기대되는 가운데 많은 시나리오가 그에게 들어왔을 거라 확신했지만 그는 “아직 시나리오를 받은 게 없다. 큰일났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어떤 역할을 하고 싶냐고요? 고정관념을 뒤엎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대통령이나 왕? 사람들이 송강호를 생각하면 서민이나 평민을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관객들이 ‘송강호가 저런 역할을?’이라고 하는 역할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감독님들, 잘 부탁합니다. 하하.”

인터뷰를 마친 송강호는 악수를 건네며 “워낙 반응이 민감하다. 관객들이 선입견을 가지지 않도록 잘 써달라”는 말을 남겼다. 그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뼛속까지 작품을 소중히 생각하는 배우의 마음이 잔잔히 느껴졌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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