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 “선수가 수많은 시행착오 겪을때 끝까지 함께해야 진정한 지도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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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훈련서 만난 김성근 감독

고양 원더스 김성근 감독이 11일 제주 서귀포시 강창학경기장 안에 있는 서귀포야구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김 감독은 “안 된다고 하지 마라. 세상 어딘가에는 반드시 너만 채울 수 있는 구멍이 있기 마련”이라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고양 원더스 제공
고양 원더스 김성근 감독이 11일 제주 서귀포시 강창학경기장 안에 있는 서귀포야구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김 감독은 “안 된다고 하지 마라. 세상 어딘가에는 반드시 너만 채울 수 있는 구멍이 있기 마련”이라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고양 원더스 제공
“쟤는 이것만 이렇게 고치면 될 텐데 안 된다? 그런 건 나도 몰라요. 여기 (인사드리러 방문한 SK 윤) 희상이를 내가 만져서 됐다?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도자는 그냥 될 때까지 시행착오를 같이 해 주는 사람이에요. 여기서 이걸 해보면 어떨까 하고 될 때까지 같이 반복 연습하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서 선수가 스스로 느끼고 달라지는 거지. 그런데 요즘 지도자들은 ‘선수가 없다’는 말만 하지 이렇게까지 하나 싶어요.”

10일 제주 서귀포시 강창학경기장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던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71)은 “조금만 고치면 터질 텐데 안 되는 선수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어 “꼭 야구가 아니더라도 생각을 잘못했거나 방법을 모르거나 열정이 부족하니까 안 되는 것이다. 소질이 없어서 안 되는 건 없다”며 “지도자가 먼저 한계를 그으면 그 선수는 결국 진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계속해 “우리 아이들이 처음 우리 팀에 왔을 때는 프로에 갈 확률이 제로(0)였다. 거기서 출발해 같이 치열하게 싸우면서 선수를 만들었다. 지금 이 아이들 폼이 어색해 보여도 석 달 전에는 아예 선수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었다”며 “고양 선수들이 프로 가서 실력이 어떻다고 말하기 전에 프로에 갔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인생에서 승자가 됐다는 칭찬을 먼저 해 줘야 하는 게 아닌가. 겉으로 드러난 가격보다 속에 숨은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걸 사람들이 잊어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시 학생 야구를 지도하는 기분”이라는 김 감독은 “놀랄 만큼 좋은 플레이를 한두 번 한다고 좋은 선수가 되는 게 아니다. 당연하게 해야 하는 일을 올바로 해 낼 때 좋은 선수가 되는 것”이라며 “요즘 선수들이 창조, 창의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결국 기본과 복습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인터뷰를 마친 뒤 내야수 세 명에게 2시간 가까이 직접 방망이를 들고 연습 타구를 때리면서 그들의 시행착오에 동참했다. 13일은 김 감독 생일이지만 이날도 그는 시행착오의 한복판에 서 있을 게 틀림없다. 김 감독을 ‘야신’으로 만든 그 시행착오 말이다.

서귀포=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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