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호두까기 인형’ 공연시간이 짧은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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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콥스키의 오페라 ‘욜란타’. 동아일보DB
차이콥스키의 오페라 ‘욜란타’. 동아일보DB
연말이면 약속한 듯이 우리 곁에 다가오는 공연물 중에 차이콥스키의 발레 ‘호두까기 인형’을 빼놓을 수 없죠. 아름다운 선율과 찬란한 관현악, 동화 같은 줄거리 덕택에 어린이부터 온 가족이 함께 감상하기에도 적합합니다. 주인공 클라라가 크리스마스이브에 삼촌에게서 받은 인형이 멋진 왕자님으로 변신해 클라라를 동화의 성으로 초대한다는 꿈결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죠.

이 발레를 어린이가 감상하기 좋은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이 작품은 공연에 한 시간 반이 채 안 걸리거든요. 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 가운데서도 두 시간을 훨씬 넘어가는 ‘백조의 호수’ ‘잠자는 미녀’보다 아주 짧습니다. 아이들이 몸을 비비 꼬지 않고 견디기에 적당한 공연 시간인 셈입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짧을까요? 여기에는 우리가 잘 모르는 ‘사라진 쌍둥이’ 얘기가 숨어 있습니다.

차이콥스키는 하룻밤에 발레와 오페라 한 편씩을 함께 볼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1892년 12월 18일 발레 ‘호두까기 인형’과 오페라 ‘욜란타’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함께 초연됐습니다. 하룻밤에 두 작품이니 각각의 작품은 당연히 짧습니다. 두 작품 모두 큰 인기를 끌지 못한 채 잊혀졌지만 이후 ‘호두까기 인형’은 전곡 주요 부분을 발췌한 모음곡이 인기를 끌면서 화려하게 부활했고, ‘욜란타’는 인정을 받지 못한 채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 또한 차이콥스키 특유의 빛나는 순간들을 가진, 아름다운 작품임에 틀림없습니다. 앞을 못 보는 공주 욜란타가 사랑의 힘으로 앞을 보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음원 제공 낙소스>
<음원 제공 낙소스>
아래 링크 주소와 QR코드를 통해 발레 ‘호두까기 인형’과 오페라 ‘욜란타’의 주요 부분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호두까기 인형’은 발레에 앞서 관현악 모음곡이 먼저 알려졌지만, 모음곡에 들어 있지 않은 ‘소나무 숲을 지나는 여행’ ‘눈송이의 춤’ ‘그랑 파드되(주인공들의 2인무)’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니 꼭 들어보시기를 권합니다. blog.daum.net/classicgam/39

유윤종 gustav@donga.com
#호두까기 인형#발레#공연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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