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보세요, 마흔 넘어 보이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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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세 현역’ 프로축구 전북 골키퍼 최은성

전북의 골키퍼 최은성이 나이 서른 무렵에 시작한 웨이트트레이닝은 마흔을 넘어서까지 현역 선수로 뛸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최은성이 전북 완주군에 있는 전북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있다. 전북 제공
전북의 골키퍼 최은성이 나이 서른 무렵에 시작한 웨이트트레이닝은 마흔을 넘어서까지 현역 선수로 뛸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최은성이 전북 완주군에 있는 전북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있다. 전북 제공
“전 지금까지 나이 먹었다고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에서 노장 투혼을 보여준 최은성(42·전북 현대)은 언제나 젊게 살고 있다. ‘꽁지머리’ 김병지 전남 드래곤즈 플레잉 코치(43)에 이어 나이 많은 순으론 K리그 서열 2위지만 “나이를 생각하면 약해질 수 있다”며 영원한 ‘젊은 엉아’로 살고 있다고 했다. 나이 많은 것을 인식하는 순간 ‘좀 게을러져도 되지 않을까’ ‘좀 천천히 해도 되겠지’라는 헛된 ‘욕심’에 빠질 수 있단다.

최은성은 최강희 전북 감독이 ‘도 닦고 있다’고 할 정도로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 서른 즈음부터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해 지금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있다. 그의 몸은 10년 넘게 어린 후배들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근육이 탱탱하다. 올 시즌 31경기에 출전해 32실점으로 선방하며 팀을 3위에 올려놓아 김승규(23·울산 현대), 신화용(30) 등 후배들과 함께 K리그 대상 골키퍼상 후보에도 올랐다. 영광은 김승규가 차지했지만 그만큼 열정적으로 그라운드를 달궜다.

최은성의 ‘도 닦기’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대표팀 경험이 다소 느슨했던 그의 마음을 다잡게 해줬다. “프로 선수였지만 그때까지 프로 마인드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는 게 최은성의 회고. 최은성은 김병지와 이운재에 이어 3번 골키퍼로 최종 엔트리에 들었지만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당시 그는 자체 연습경기 때 골키퍼가 아닌 수비수나 미드필더로 뛰어 별명이 ‘필드 플레이어’로 불렸다. 하지만 그때 최은성은 많은 것을 배웠다. 훌륭한 선수들 틈 속에서 자기 관리법을 배웠고 세계적인 팀과의 경기를 옆에서 지켜보며 보는 눈도 키웠다.

“잘하는 선수는 이유가 있었다. 그때 웨이트트레이닝의 중요성을 알았다. 그때부터 매일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다. 아직 후배들에게 순발력과 체력 등에서 뒤지지 않는 이유인 것 같다.”

최은성은 훈련을 즐긴다. 후배들하고 땀 흘리며 경쟁하는 게 너무 좋단다. 또 이렇게 즐겁게 어울려야 후배들도 자신을 부담 없이 대한단다. 최은성의 또 다른 장점은 빨리 잊는 ‘망각 능력’. 그는 “골을 먹으면 기분이 나쁘고 열도 받지만 어차피 일어난 일이다. 계속 신경 쓰면 다음 플레이가 안 된다. 그래서 되돌릴 수 없는 일은 빨리 털어버린다”고 말했다.

머리는 1998년 무렵부터 짧게 깎았다. 곱슬머리여서 관리하기 힘들어 아내에게 “머리 빡빡 깎아도 될까”라고 했는데 “해봐”라고 해서 확 깎았다.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머리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돼 축구에만 매진할 수 있었다.

최은성은 더 뛰고 싶다. 하지만 그는 “내가 뛰고 싶다고만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팀에 필요한지가 더 중요하다. 감독님의 선택을 기다리고 그에 따라 최선을 다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구단은 후배들의 귀감인 최은성에게 선수나 플레잉 코치로 1년 이상은 더 출전 기회를 줄 것으로 보인다. 최은성은 지금도 사실상 골키퍼 코치 역할을 하고 있다.

완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프로축구#전북#골키퍼#최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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