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되면 은퇴? 농구는 다른 세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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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희-이미선-김은경-강영숙 등 코트 주름잡는 기혼 선수 흔해져

올 시즌 여자 프로농구에서 개막 후 9연승을 질주하고 있는 우리은행에서 경기당 평균 최다 득점의 주인공은 주부 선수 임영희(33)다. 평균 13.89득점으로 리그 전체에서는 5위다.

임영희는 1999년 프로에 데뷔해 10년 동안 한 번도 평균 득점을 10점 이상 기록하지 못했다. 농구 인생의 전환점은 2012년 4월의 결혼이었다. 임영희는 지난 시즌 우리은행을 정상으로 올려놓으며 최우수선수에 뽑힌 데 이어 올 시즌에도 절정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임영희는 “주위에서 남편을 ‘복덩이’라고 부른다. 결혼하고 나서 안정되고 편안해진 게 있다”고 자랑했다. 임영희는 경기 광주시의 신혼집에 간 지 한 달이 넘었다. “주말에 남편이 경기장에 오면 잠깐 안부 정도 물을 뿐이에요. 뭘 입고 뭘 먹고 다니는지 몰라서 미안하기도 하지만 늘 밝은 표정으로 운동에만 전념하게 해줘요.”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고참인 영희가 힘든 훈련에도 티 한번 내지 않고 열심히 하다 보니 후배들에게 늘 모범이 된다. 책임감 강한 아줌마의 힘이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우리은행 포워드 김은경도 올해 결혼한 신혼 주부. 선수 때 육아까지 병행했던 전주원 우리은행 코치는 “은경이도 처녀 때보다 확실히 달라졌다. 의욕이 넘친다”고 말했다. 임영희는 “남편들끼리 밖에서 따로 만나기도 한다.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삼성생명 간판 가드 이미선의 남편은 농구단 최진영 사무국장이다. 2010년 결혼 후 집에서나 직장에서나 늘 그림자처럼 붙어 다닌 이들 부부는 올 시즌 삼성생명의 성적이 하위권에 처져 있어 고민도 같이 해야 할 형편이다.

KDB생명의 국가대표 출신 강영숙과 이연화는 올해 두 달 간격으로 결혼에 골인한 새 신부들이다. 대표 차출로 두 달 가까이 선수촌 합숙 훈련을 해야 했던 이들은 시즌 개막으로 신혼의 달콤함은 내년 봄으로 미뤘다. KDB생명의 외국인 선수 티나 톰슨은 8세 아들을 키우고 있다. 경기에 나서거나 훈련할 때는 팀 매니저에게 아들을 맡긴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결혼=은퇴’의 등식이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실력만 있으면 억대의 고액 연봉을 보장받는 프로 무대에서는 실력파 주부 선수들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여자 프로농구#임영희#이미선#김은경#강영숙#기혼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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