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가지 혜택 누리는 ‘다 큰 中企’ 솎아내 진짜 中企 키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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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범위, 매출액 기준으로 단순화

컨버터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A사는 2000년 812억 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2194억 원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같은 기간 자본금은 73억5000만 원으로 변동이 없었다. 항공기 부품 제조업체인 B사는 지난해 매출이 488억 원이었지만 중견기업으로 분류됐다. 상시근로자가 301명이고 자본금이 254억 원이어서 현행 중소 제조업체 기준(300명 미만 또는 80억 원 이하)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청이 47년 만에 중소기업 범위를 정할 때 자본금과 직원 수 기준을 폐지하고 ‘최근 3년간 평균 매출액’으로 단일화하기로 하면서 A사는 2015년부터 중견기업으로 편입돼 지금까지 누렸던 각종 중소기업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반대로 B사는 다시 중소기업으로 회귀하게 된다.

○ 업종별로 희비 엇갈린 중소기업

중기청은 기업들을 업종에 따라 5개 묶음으로 나눠 400억∼1500억 원 사이에서 매출 상한선을 정했다. △전기장비, 펄프·종이, 1차금속 등 6개 제조업은 1500억 원 △자동차, 화학, 금속가공 등 12개 제조업과 건설업, 도·소매업 등은 1000억 원 △음료, 의료·정밀 등 6개 제조업과 운수업 등은 800억 원 △수리·기타 개인서비스업, 보건·사회복지사업 등은 600억 원 △숙박·음식업, 금융·보험업 등은 400억 원 등이다.

중기청은 이 밖에 중견기업의 매출 또는 직원 수가 줄어들어 1년 동안 중소기업 기준을 다시 충족하는 경우 3년간 중소기업의 지위를 누릴 수 있는 제도는 한 기업에 한 번만 적용하기로 했다.

중소기업들의 반응은 업종별로 엇갈렸다. 매출액 상한선이 1500억 원에서 800억, 1000억 원으로 낮아진 화학, 자동차, 목재, 음료 등 일부 제조업종은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 매출액 상한선이 100억∼300억 원에서 최대 800억 원으로 높아진 서비스업과 200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높아진 도·소매업은 환영했다. 자동차 부품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산업이 성장하면서 기업 규모도 커졌는데 상한선을 늘려주지는 못할망정 1000억 원으로 줄여 당혹스럽다”고 우려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 “진짜 중소기업 지원에 예산 쓰겠다”

이번 개편 과정에서 비교적 큰 중소기업들은 “일정 규모로 성장한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편입시킨 뒤 정부 예산을 나머지 중소기업들에 효율적으로 쓰겠다”는 정부 발표에 반발했다.

중기청이 10월 중소기업 범위의 상한을 업종별로 3년 평균 매출액 400억 원(숙박·음식업 등), 600억 원(운수업 등), 800억 원(제조업, 도·소매업 등)으로 잠정 조정하자 중소기업들은 오히려 “상한을 2000억 원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 잠정안은 일주일 만에 전면 백지화되기도 했다.

중소기업들이 중소기업에 안주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중소기업을 벗어나는 순간 중기청에 따르면 77개의 지원이 없어지거나 줄어들고 20개의 규제를 새로 받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202개 품목은 중소기업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중소기업은 법인세나 소득세의 5∼30%를 감면받을 수 있지만 중견기업이 되면 이 혜택들이 사라진다. 연구개발(R&D) 세액공제율도 25%에서 8%로 줄어든다.

지난해 매출액이 1172억 원이었던 광명전기의 이재광 회장은 “피터팬 증후군을 막기 위해서는 중소·중견기업을 따로 구분하지 말고 매출구간별로 지원을 차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유현 yhkang@donga.com·김호경 기자
#중소기업#자본금#중기청#매출상한선#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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