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양승조 감싸는 민주당이나, 규탄집회 연다는 새누리당이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2일 03시 00분


여야의 말싸움이 점입가경이다. 대선 불복 시비로 1년을 허송세월하더니 세밑까지 분열과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사달의 원인 제공자인 양승조 민주당 최고위원이 어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는 “(국회의원직을) 제명하려면 제명해봐라. 제명당할지언정 입을 닫지도, 굴복하지도 않겠다”고 한술 더 떴다. 권위주의 정권 시대에 목숨을 내놓고 싸우는 민주투사라도 된 듯한 말투다. 왜 깨끗하게 사과하지 못하나. 양 최고위원은 암살당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박근혜 대통령도 아버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했다. 앞뒤 맥락에 비춰 대통령에 대한 분명한 악담이다.

민주당의 지원사격도 볼썽사납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의 진심을 왜곡해서 전달하고 국민을 선동하는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대통령 통치의 위해(危害) 요소”라고 논평했다. 이 수석이 양 최고위원의 발언을 두고 “대통령의 위해를 선동, 조장하는 무서운 테러”라고 비난한 것을 비꼰 것이다.

새누리당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도 치졸해 보인다. 민현주 대변인은 “문재인 의원과 일부 민주당 의원은 헌정을 유린하고 민주주의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려는 반역을 자행하고 있다”고 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배후 조종자로 지목되고 있는 문 의원은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가세했다. 반역은 뭐고, 배후 조종은 또 뭔가. 더욱이 시도당 차원에서 양 최고위원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겠다는 발상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여야는 정기국회 99일 내내 법안 한 건 처리 못하다가 마지막 날인 그제 34개 법안을 벼락치기하듯 통과시켰다. 그런데도 자성(自省)은커녕 허구한 날 말꼬리 잡기에 여념이 없다. 죽어서도 인류 화합에 기여하는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장례식을 보며 한국 정치인들의 가벼움이 부끄럽다.
#양승조#민주당#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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