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보고 또 보고… 아이디어는 관찰에서 나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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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구두 브랜드 ‘슈콤마보니’ 만든 이보현 코오롱인더스트리 이사

이보현 코오롱인더스트리 이사는 “기존의 것들을 꼼꼼하게 살피는 ‘관찰’이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이보현 코오롱인더스트리 이사는 “기존의 것들을 꼼꼼하게 살피는 ‘관찰’이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슈콤마보니는 과감한 디자인과 색깔로 초창기부터 구두를 사랑하는 이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2003년 2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단 40켤레의 구두로 문을 열었는데 일주일 만에 준비한 구두가 모두 동났다. 구두 좀 아낀다는 여성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주문하면 한 달은 족히 기다려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33m² 남짓한 매장은 ‘청담동 만원버스’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북적거렸다. 그 후 10년, 버스는 국내 24개 매장과 해외 19개국 50개 이상의 편집숍과 백화점으로 노선을 넓혔다. 2012년 11월에는 코오롱인더스트리로 편입되며 더 넓은 글로벌 마켓을 향해 경적을 울렸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는 이 과정을 진두 지휘해온 이보현 코오롱인더스트리 이사를 만나 사랑받는 디자인의 비결을 물었다.

―디자인할 때 꼭 염두에 두는 원칙은….

“내가 신고 싶어야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내가 별로 끌리지 않는데 어느 소비자에게 구입하라고 자신 있게 내밀 수 있을까. 굽이 높아도 편안한 하이힐, 그것도 내 바람이 반영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하이힐을 좋아하기 때문에 자주 신는다. 종일 신으면 발이 아프다. 하지만 높은 굽은 여성들에게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아무리 발이 아파도 포기하기 싫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그 무엇이다. 둘 다 잡고 싶었다. 멋만 있고 편하지 않다면 좋은 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는가.

‘공효진 워커’
‘공효진 워커’
“많이 돌아다닌다. 특히 다른 나라를 갈 때면 잠시도 쉬지 않고 계속 돌아다닌다. 벼룩시장도 가고 새로 생긴 매장도 가고 잘나간다는 클럽도 가본다. 거리를 걸을 때도,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도, 커피숍에 들어가면서도 항상 사람들, 그중에서도 발을 본다. 관찰이 최대의 무기이자 아이디어의 원천이다. 어차피 사람이 독자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모든 것은 관찰, 그리고 그것을 효율적으로 응용하는 데서 비롯된다. 일상에서 흘러가는 작은 일들이 모두 좋은 소재다.

‘공효진 워커’로 유명한 신은 딸에게서 얻은 아이디어다. 딸애가 ‘닥터마틴’을 사달라고 해서 한 켤레 사줬다. 스키니진에 신고 나타난 모습을 보는데 잘 어울리고 예쁘더라. 문득 나도 신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기본 워커에 굽을 넣어 만든 신이 공효진 워커다. 아마 워커를 신고 싶었는데 나이 때문에, 체면 때문에 시도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많이 반가워했을 것이다. 그건 곧 내 마음이기도 했다. 직접 표현할 순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어떤 욕구를 실제로 구현하는 것이 디자인 아닌가.”

―밑에서 일하는 직원이 많을 텐데, 이들에게서는 어떻게 아이디어를 이끌어 내는가.

“디자인은 아무래도 개인의 창의성과 상상력을 소모해야 하는 작업이니까 직원들이 쉽게 지치고 피로를 느낀다. 어느 날 갑자기 더이상 못하겠다며 사표 들고 오는 친구들이 분기에 몇 명씩은 꼭 있다. 잘 안 그려진다는 직원들은 건드리지 않는다. 그냥 둔다. 몇 주, 길면 두 달 정도 놔두면 스스로 다시 치고 올라온다. 그만둔다는 말도 쏙 들어간다. 자유롭게 풀어두지만 방임과는 다르다. 창의력이 성실함을 이길 수는 없다. 성실해야 아이디어도 나온다. 디자인에 열정을 갖고 있다면 성실하지 않을 수 없다. 관찰과 성실함, 이것이 좋은 디자이너의 요소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인터뷰 기사 전문은 DBR 141호에 게재돼 있습니다.
#슈콤마보니#이보현#코오롱인더스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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