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貨主-물류기업 해외협업땐 매출 ‘점핑 점핑’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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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산업이 미래의 국가 경쟁력 <上>

CJ대한통운의 글로벌 시장 공략이 거세지고 있다. 세계 5대 물류기업 도약을 향한 CJ대한통운의 승부처는 중국이다.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CJ대한통운 상하이법인 소속 차량들이 중국 내륙으로 제품을 운송하고 있다. CJ대한통운 상하이법인 제공
CJ대한통운의 글로벌 시장 공략이 거세지고 있다. 세계 5대 물류기업 도약을 향한 CJ대한통운의 승부처는 중국이다.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CJ대한통운 상하이법인 소속 차량들이 중국 내륙으로 제품을 운송하고 있다. CJ대한통운 상하이법인 제공
5일 중국 상하이(上海) 시 외곽 CJ대한통운 상하이법인의 대형 물류센터. 7926m² 규모의 이 물류센터에는 중국인 직원 30여 명이 최첨단 디지털파킹시스템(DPS) 옆에서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DPS는 바코드를 통해 제품 보관과 포장, 출고 등 물류 업무를 자동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이곳에서는 이 시스템을 통해 한국에서 들여온 아모레퍼시픽 제품을 중국 내 각 매장의 주문에 따라 자동 분류하고 있다. 연간 30만 박스의 운송과 보관, 포장, 출고 등 모든 물류 과정을 처리한다.

아모레퍼시픽은 내부 물류팀이 있지만 CJ대한통운에 중국 내 물류를 모두 위탁했다. 이후 양사 모두 중국 시장에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며 성공적인 해외 동반 진출 모델로 꼽히고 있다. CJ대한통운 상하이법인 관계자는 “양사 물류팀이 함께 공부하고 고민하면서 윈윈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공적인 사례는 극히 일부에 국한된 얘기다. 김대중 정부 이후 역대 정권 때마다 한국을 동북아 물류중심 국가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했지만 한국의 물류산업 경쟁력은 중국 등 경쟁국에 비해 뒷걸음치고 있다.

세계은행이 2011년 발표한 국가별 물류경쟁력지수(LPI)에 따르면 한국의 물류경쟁력지수는 21위에 그쳤다. 종사자 10명 미만인 영세 물류기업이 전체 96%에 이르고 주요 제조 기업들의 계열 물류업체를 통한 ‘2자 물류’ 비중이 높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물류기업의 출현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는 한국 물류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2회에 걸쳐 관련 내용을 게재한다.

○ 글로벌 시장 동반 진출로 윈윈

2002년 중국에 진출한 아모레퍼시픽은 창고와 장비는 임차하고, 자체 직원으로 물류를 진행했다.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고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은 중국 시장에서 전문성이 떨어져 한계가 있었다. 결국 2008년 국제 입찰을 통해 CJ대한통운을 중국 물류 전담사로 선정하고 수출에서부터 중국 내 수입 통관, 창고 운영, 배송 등 전체 물류업무를 위탁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물류 전문기업의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활용함으로써 급성장하는 판매에 대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2007년 474억 원이었던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내 매출은 지난해 2624억 원으로 늘었다.

물류기업도 함께 성장했다. 2009년 1100여억 원이었던 CJ대한통운의 중국 사업 매출은 올해 3000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모레퍼시픽 제품 물류를 전담하면서 화장품 물류에 대한 노하우도 축적했다.

CJ대한통운 상하이법인 정근일 팀장은 “처음엔 우리도 수업료를 많이 지불했지만 화주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화장품 물류에 대한 경쟁력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중국법인 물류조직과 CJ대한통운 전략조직은 영업계획에 대한 전략과 비전을 공유하고, 물류 대응 계획도 함께 수립한다. 물류 관련 업무에 대해 수시로 미팅을 갖고 개선 방향을 토론하기도 한다.

○ 글로벌 물류시장은 국가 간 경쟁

1990년 이후 20여 년간 자유무역협정(FTA) 확산 등으로 글로벌 물동량은 세계 총생산 평균 성장률(3.0%)보다 3배(8.39%)나 높은 수준으로 증가했다. 독일의 DP-DHL 등 글로벌 물류기업 역시 최근 10여 년 동안에만 매출이 평균 3배 정도 늘었다. 지난해 4조2000억 달러 규모였던 세계 물류시장은 2020년 8조 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글로벌 물류시장은 개별 기업 차원의 경쟁이 아니라 국가 간 경쟁의 장(場)”이라고 입을 모은다. 세계 물류시장 점유율 1위(약 30%)인 DHL은 1995년 독일 정부가 민영화한 국영우체국이 모태다. 미국 국제특송회사인 DHL 등 100여 건의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운 DHL은 2012년 기준 220여 개국에 854개의 해외 법인을 두고, 매출 80조 원을 넘어섰다. 종업원만 50만 명이 넘는다. 이 과정에서 독일 정부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 글로벌 물류기업 상당수는 이 같은 자국 정부와 제조기업의 전폭적인 지원과 협력을 통해 성장했다.

하지만 한국 물류기업의 해외 진출은 그리 녹록지 않다. 급성장하는 중국 시장에서도 한국 물류기업은 규모와 네트워크 면에선 글로벌 기업에 치이고, 가격 측면에서는 중국 기업에 밀리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계열 물류업체나 미국 유럽 등의 대형 물류기업을 찾고, 그 외 상당수 제조기업은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 현지 업체에 맡기기 때문이다. 일본 대만 등 경쟁 국가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할 때 거의 100% 자국 물류기업에 위탁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중국의 경제 성장 등에 힘입어 글로벌 물류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지만 한국 물류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이성우 국제물류연구실장은 “물류기업의 해외 진출 시 초기 물동량 확보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현지 진출 국내 제조기업과의 동반 진출을 위한 사전 준비와 정부 차원의 협의체 활용이 필요하다”며 “건설자재, 설비, 원자재 등의 운송 등 제조기업의 해외 진출 초기 단계부터 물류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中물류기업 ‘스마트카고’ 인수한 대한통운 육해공 토털서비스로 글로벌 ‘빅5’ 도전장▼

CJ대한통운은 올해 4월 중국 중견 물류기업인 스마트카고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200여 곳에 법인, 지점, 사무소 등을 두고 있었다. CJ대한통운의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날개를 단 셈이다. 당시 이채욱 CJ대한통운 부회장은 “스마트카고 인수로 중국 프로젝트 물류 사업 강화와 아프리카 시장 공략이 가능해져 글로벌 5대 물류기업 도약에 한걸음 더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 글로벌 사업의 주축인 중국 시장 공략도 10년째를 맞아 본궤도에 진입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해외 물류기업들과 달리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나 국내 주요 제조기업의 물량 지원이 거의 없는 상황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중국 물류 시장은 전 세계 물류기업의 각축장이다. 특히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현지 물류기업의 서비스와 기술력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경쟁은 날로 격화되고 있다.

이런 치열한 경쟁 속에서 CJ대한통운은 현재 중국 내에 연안 지역 주요 도시뿐만 아니라 서부 내륙에까지 모두 7개 법인, 13개 지점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이들 법인과 지점 등에서 동남아, 중남미, 미주 법인 등과 연계된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통해 항공과 해운을 통한 포워딩 서비스 및 창고 보관, 내륙 운송 등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CJ대한통운은 전 세계에 진출해 있는 모든 법인에서 동일한 물류 시스템을 사용해 서비스 안정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이는 국내 몇 안 되는 경쟁 관계의 ‘3자 물류’ 전문기업과 달리 싱가포르에 있는 별도의 정보기술(IT)센터를 통해 각 법인을 통합 관리, 지원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이곳에서는 8개국 출신 직원이 팀을 이뤄 하루 24시간 내내 연중무휴로 미주, 유럽 등 해외 법인 운영과 해외 고객 지원 서비스를 한다.

상하이=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CJ대한통운#아모레퍼시픽#중국#글로벌 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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