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월드컵서 적으로 맞선 형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3년 12월 12일 07시 00분


■ 브라질월드컵 보아텡 형제의 숙명

형 케빈은 가나…동생 제롬은 독일 대표
이복형제로 모두 이중국적…선택 엇갈려
2010남아공월드컵 첫 맞대결 동반 16강
내년 죽음의 D조서 피할 수 없는 승부


‘피를 나눈 형제’가 두번 째 월드컵 맞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가족, 형제간의 월드컵 진출은 종종 있었다. 네덜란드 출신 프랑크와 로날드 데 부어 형제가 대표적인 예다. 덴마크에도 미카엘, 브라이언 라우드럽 형제가 국내 축구팬들에게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형제는 공교롭게도 한 편에서 싸울 수 없다. 같은 아버지를 모시고 물보다 진한 피를 나눴지만, 그라운드 안에서는 피해갈 수 없는 적수다. 가나의 미드필더 케빈 프린스 보아텡(26·샬케)과 독일의 수비수 제롬 보아텡(25·바이에른 뮌헨)이 그 주인공이다.

첫 번째 대결은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열렸다. 16강 진출이 걸린 D조 최종전이었다. 독일은 세르비아에 덜미를 잡히며 1승1패를 기록했고, 가나는 1승1무였다. 패하면 자력으로 16강 진출이 불가능한 상황. 케빈은 가나의 명예를 걸었고, 제롬은 독일을 위해 싸웠다. 제롬이 교체 아웃됐던 73분 동안 둘은 쉴 새 없이 부딪혔다. 독일의 1-0 승. 메수트 외칠이 결승골을 터뜨리며 큰 조명을 받았지만, 영국 공영방송 BBC는 두 형제의 대결을 비중 있게 다뤘다. 경기 전후로 두 형제의 스킨십에 초점을 맞췄다.

사실 둘은 경기 전 심하게 다퉜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포츠머스에서 뛰던 케빈이 잉글랜드 FA컵 결승전에서 독일대표팀의 주장 미하엘 발락에게 심한 파울을 범했다. 발락은 발목 부상으로 마지막 월드컵이 유력했던 남아공월드컵 출전을 접었다. 그러나 경기에서 만난 형제는 경기 전 악수를 나누며 진한 눈빛을 교환했다. 살가운 장면이었다. 운도 따랐다. 호주가 세르비아를 잡아주면서 독일과 가나 모두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가나는 8강, 독일은 4강까지 올랐다.

둘은 가나인 출신 아버지를 뒀다. 그러나 어머니가 다른 ‘이복형제’다. 둘 다 독일과 가나의 이중국적을 갖고 있지만 형제의 선택은 엇갈렸다. 독일 연령별 대표를 두루 거친 케빈은 기대와는 달리 가나 국적을 선택했다. 출전 기회가 더 많다는 판단이었다. 실제로 남아공월드컵에서 5경기 모두 선발 출전하며 1골을 넣어 만점 활약을 펼쳤다.

둘은 브라질월드컵에서 두 번째 대결을 남겨놓고 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형제간의 월드컵 전쟁이다. 더욱이 독일과 가나는 포르투갈, 미국과 함께 죽음의 조로 불리는 G조에 편성됐다. 16강 진출을 위해 승리가 절실히 필요하다. 각각 미드필더와 수비수로 공을 놓고 피할 수 없는 대결을 펼쳐야한다.

케빈과 제롬 모두 물오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케빈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11경기에 출전해 5골을 터뜨렸다. 골 감각이 더욱 좋아졌다는 평가다. 제롬은 13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며 뮌헨의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다. 둘은 최상의 컨디션을 앞세워 내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선전을 다짐한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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