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8시 반경 울산 남구 삼산동 주민센터. 출근한 직원이 책상 위에 놓인 흰 봉투를 열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봉투 안에는 A4용지에 쓴 편지와 함께 100만 원짜리 수표가 들어 있었던 것. 편지에는 보낸 사람의 이름이 없었다. 자신을 ‘1998년 외환위기 때 삼산동 주민센터에서 김치를 전달받았던 영세민’이라고만 소개했다. 편지에는 ‘지금까지 감사함을 지니고 살았지만 이제야 찾게 되었습니다. 전국을 다니면서 김치를 먹었지만, 그때 그 맛을 잊지 못했습니다. 김치 한 통이 저에게는 너무도 귀중한 반찬이었습니다. 불우한 이웃을 위해 김치 전달에 도움이 되어서면(되었으면) 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삼산동 주민센터는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 청소 시간에 봉투를 놓고 간 것으로 추정했다. 누군지 알아보기 위해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지만 화질이 좋지 않았다. 수표를 추적하면 기부자를 알 수도 있지만 전달자의 의사를 존중해 그만두기로 했다. 삼산동 주민센터는 이 돈에다 예산을 보태 김장을 담가 10일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했다. 김재경 삼산동장은 “아직도 인심이 훈훈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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