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시위外 도로점거 전력만 있어도 거리행진 사전 차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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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불법집회 제한 강화… 교통마비 시민불편 최소화”

경찰이 수년째 고질적으로 되풀이되는 주말 도심 시위대의 불법 차로 점거 등 교통 방해를 근절하기 위해 불법 차로 점거 이력이 있는 단체의 행진을 금지·제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나섰다. 경찰의 이런 방침은 “주요 도로의 교통 소통에 장애를 발생시켜 심각한 불편을 줄 우려가 있는 집회나 시위는 금지할 수 있다”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2조를 적극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동안 집회 시위 금지 통고는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를 금지하는 집시법 제5조에 근거해 주로 폭력 발생 소지가 큰 집회에 적용해 왔다.

경찰청 관계자는 10일 “앞으로는 집회 주최 단체의 폭력 시위 이력과 별개로 도로를 불법 점거해 교통 통행을 방해한 이력에 근거해 적극적으로 행진 금지·제한 통고를 하겠다”며 “금지·제한 통고는 집회 참가 인원과 교통량, 도로 사정, 집회 성격 등을 종합해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금지·제한 통고의 객관적인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과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도로교통법상 일반교통방해로 입건됐던 자료를 분석하고 향후에도 자료를 축적할 계획이다.

불법 시위를 개최한 단체에 대한 행진을 금지·제한하는 경찰 방침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서류상으로 신고되는 집회 개최자뿐 아니라 실질적인 주최 단체들의 불법 집회 전력을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습적으로 불법 집회를 개최한 적이 있는 단체나 개인이 이름만 바꿔 집회를 신고하거나 불법 집회 전력이 없는 개인을 내세워 신고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이처럼 불법 차로 점거 등에 강력 대처키로 한 것은 도심 교통이 마비되면서 시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에서다. 7일 열린 ‘박근혜 정권 규탄 비상시국대회’뿐 아니라 지난달 10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도 민주노총이 1시간여 동안 서울 동대문 역사문화공원 앞 사거리 일대를 점거했다. 8월 15일에는 한국대학생연합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 차로를 불법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6월 21일에도 광화문광장 및 세종로를 점거했다.

선진국에선 합법적이고 평화적으로 집회를 하겠다는 사전 신고 내용을 어긴 전력이 있는 단체나 개인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불이익을 주는 사례가 많다. 미국 수도 워싱턴 한복판에 있어 거의 매일 다양한 집회와 행사가 끊이지 않는 내셔널몰 광장의 경우 집회나 행사를 계획하는 사람은 누구나 자세한 행사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그러면 정밀한 심사를 거쳐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데 만약 광장의 시설물 훼손, 폭력, 신청서에 기재한 행사 계획을 어긴 전력 등이 있으면 거부된다. 물론 실제로 내셔널몰에서 폭력을 행사하거나 시설물을 훼손하는 단체는 거의 없어 기각률이 높지는 않다.

일각에선 개최 단체의 과거 도로 점거 이력을 금지·제한 통고의 근거로 삼는 것은 집회·시위의 자유와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는 반론도 있다. 서상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법무법인 다산)는 “차로 점거 전력을 이유로 일어나지도 않은 불법 행위를 예단해 행동반경을 제한하는 것은 과거 사람을 때린 적이 있다는 이유로 또 때릴 것이라고 보고 그 사람의 행동을 억제하겠다는 것과 같다”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구체적 법규 없이 점거 전력이 없는 단체와 있는 단체를 차별해 행진을 허용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 평등권 침해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조종엽 jjj@donga.com·이은택·백연상 기자
#시위#도로점거#거리행진#불법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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