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디 형제의 힘’… 당겨주고 밀어주며 세계시장서 반짝반짝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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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5强 향해 우리가 뛴다]<3>‘國寶 산업’ 반도체-디스플레이

2000년대 들어 수출 상위권에 이름을 계속 올린 반도체가 3년 만에 우리나라 수출 품목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반도체는 올 들어 11월까지 수출액 519억6200만 달러로, 석유제품(492억4400만 달러)을 제치고 수출 제품 1위에 올랐다. 돌발 악재가 없는 한 반도체는 2010년 이후 3년 만에 최고의 수출 효자품목이 된다.

반도체는 2000년 이후 2006년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수출 1위를 지켜오다 2007년부터 부침(浮沈)을 겪었다. 2008년에는 6위로 추락했고, 2010년 ‘반짝 1위’를 차지했지만 곧 석유제품 등에 밀려 2, 3위에 머물렀다.

이처럼 극심한 변동은 국제 반도체가격의 급등락이 주 원인이다. 올해 호조도 지난해 10월 0.83달러였던 D램 가격이 지난달 1.84달러까지 오른 데 힘입은 것이다. 그러나 반도체 업계는 글로벌 무대에서 주요 기업들의 출혈 경쟁이 일단락돼 반도체는 우리나라가 세계 무역 5강에 진입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이 중국 우시(無錫) 공장에서 D램을 생산하고 있다. 우시 공장은 반도체 업계 최고 수준의 미세공정을 적용해 제품을 양산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9월까지 약 10조8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창사 이래 최고의 실적을 내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 직원들이 중국 우시(無錫) 공장에서 D램을 생산하고 있다. 우시 공장은 반도체 업계 최고 수준의 미세공정을 적용해 제품을 양산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9월까지 약 10조8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창사 이래 최고의 실적을 내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 반도체, 최고 효자 산업

반도체 산업은 국가뿐 아니라 기업에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2월 SK그룹이 인수한 SK하이닉스가 올해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주목을 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4∼6월)에 사상 최고인 3조9330억 원의 매출액과 1조114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은 49%, 영업이익은 2만2123% 늘어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3분기(7∼9월)에도 매출 4조840억 원, 영업이익 1조1640억 원으로 다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영업이익률도 약 28%로 반도체 업계뿐 아니라 SK그룹 계열사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SK하이닉스의 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상향 조정했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에 ‘제조 수출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었다. 2005년 휴대전화 제조사인 SK텔레텍을 팬택에 매각한 뒤 맥이 끊겼던 수출 제조업 분야에 재도전해 꿈을 이룬 것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10월에는 6Gb(기가비트) LPDDR3 칩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기술력 경쟁도 주도하고 있다. 이 칩을 4단으로 쌓으면 3기가바이트(GB) 용량의 모바일 D램을 만들 수 있다. 이는 획기적인 기술의 진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력 소모와 제품 크기는 줄였지만 용량은 크게 늘어난 게 특징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도 꾸준히 성과를 내며 삼성전자가 잇달아 역대 최고 실적을 내는 데 한몫했다. 삼성전자는 1992년 D램 시장에서 처음 1위에 올라선 뒤 21년 동안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1992년 14%였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0%로 높아졌고, 이 같은 추세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반도체는 3분기에 매출 9조7400억 원, 영업이익 2조600억 원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은 21%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8월 세계 최초로 3차원(3D) 메모리 반도체 시대를 열며 다시 한 번 기술력을 과시했다. 1층짜리 주택 여러 채를 다닥다닥 붙여 짓는 식인 기존 공정이 미세화의 한계에 다다르자 3차원 수직구조 낸드플래시 메모리로 해결했다. 고층빌딩을 지어 공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발상의 전환을 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기존 제품보다 저장 속도는 2배 이상, 수명은 최대 10배 이상 높이고 소비전력은 절반으로 줄였다.

○ 디스플레이 시장도 국내 기업들이 석권

국내 기업들은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눈부신 성과를 냈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디스플레이 패널 분야에서 각각 4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스마트폰용 곡면 디스플레이와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양산에 성공한 것도 두 업체뿐이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잇달아 시장 선도 제품을 내놓으며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전자업체들이 발 빠르게 곡면 스마트폰과 OLED TV를 출시한 것은 이들의 도움이 컸다.

LG디스플레이는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정부의 미래산업 선도기술 개발사업의 6대 과제인 ‘투명 플렉시블 OLED 디스플레이 개발’ 국책과제 주관기업으로 선정됐다. 2017년까지 △60인치 이상 대면적 △초고해상도 화질 △40% 이상의 투과도 △10cm 곡률(휘어진 정도) 반경 등의 기술을 적용한 투명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제품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투명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2025년까지 매출 82조 원, 수출 560억 달러(약 58조8000억 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LG디스플레이는 전망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강자다. 지난해 5월 OLED 누적 생산량 2억 개를 돌파한 이후 8개월 만인 올 1월 누적 생산량 3억 개를 넘어섰다. 초당 5.4개, 하루 평균 47만 개의 제품을 생산한 셈이다. 하루에 생산한 OLED 패널을 일렬로 쌓으면 서울 63빌딩 높이(약 249m)의 약 4배에 이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TV와 휴대전화용 디스플레이 패널 222억6800만 달러어치를 수출해 5일 무역의 날 시상식에서 200억 달러 수출 탑을 받았다.
▼ 中 추격속도 빨라져… ‘미세공정’ 강화해야 ▼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과제


한국무역협회는 내년 반도체 수출액이 올해보다 6.8% 늘어난 607억5000만 달러(약 63조7000억 원), 디스플레이 수출액은 5.2% 늘어난 360억 달러(약 37억8000만 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태블릿PC, 곡면 스마트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등 최첨단 모바일기기의 수요가 늘면서 국내 기업들의 수출도 증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독주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4∼6월) 모바일 D램 출하량의 49.4%인 14억1100만 개를 시장에 내보냈다. SK하이닉스도 6억7500만 개(23.6%)를 출하했다. 두 회사가 세계 모바일 D램 시장의 73%를 차지한 것이다. 기술력과 탄탄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두 회사의 우위는 지속될 것이란 예측이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제품별로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OLED 패널 수출은 늘어나겠지만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은 다소 부진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LCD는 중국 정부가 2015년까지 자국 TV 시장 수요의 80% 이상을 현지 업체로부터 조달한다는 목표를 세워 공급 과잉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1∼3분기 중국의 9.1인치 이상 대형 LCD 패널 매출액은 54억6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8% 증가하는 등 성장세를 보인 반면 한국은 261억2000만 달러로 21.4% 감소했다. 아직은 중국의 5배 수준이지만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중국시장 대응력을 키우기 위해 현지 생산라인 가동을 서두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0월 쑤저우(蘇州)에 8세대 LCD 생산라인을 준공해 가동에 들어갔다. LG디스플레이는 내년 상반기(1∼6월) 준공을 목표로 광저우(廣州)에 8세대 생산라인을 짓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은 프리미엄 제품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의 성장세가 빠른 만큼 연구개발(R&D) 및 미세공정화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무역#수출#반도체#디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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