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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꾸미 팔아 이웃집 쌀독 몰래 채운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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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꾸미 팔아 이웃집 쌀독 몰래 채운 할머니

동아일보입력 2013-12-11 03:00수정 2013-12-1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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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순씨 등 36명-단체 ‘국민추천포상’
올해 1월 24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청 마당에 쌀 포대를 가득 실은 화물차가 들어섰다. 20kg짜리로 100포대에 이르는 양이었다. 쌀을 가져온 이는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그 대신 “홀몸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들에게 쌀을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구청 측이 간곡하게 신원을 알려 달라고 요청한 뒤에야 나정순(72)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털어놨다. 근처 용두동의 명물인 ‘나정순 할매 주꾸미’ 식당의 창업자였다. 30여 년 전 좁고 허름한 가게에서 시작된 주꾸미 장사는 이제 용두동 주꾸미 맛집 가운데 원조로 자리 잡았다.

나 할머니의 선행은 10여 년 전에 시작됐다. 조금씩 돈이 모일 때마다 구청이나 동주민센터를 찾아 기부했다. 쌀을 직접 구입해 구청에 갖다 놓기도 했다. 그렇게 10년 넘게 기부한 쌀과 성금은 약 4100만 원에 이른다. 그때마다 자신의 신상은 철저히 숨겼다. 그래서 ‘얼굴 없는 천사’로 알려졌던 나 할머니의 선행은 올해 초에야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주꾸미가 나에게는 희망이었듯 내가 기부한 작은 정성이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10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추천포상 수상자로 나 할머니(국무총리 표창) 등 36명과 강원 영월군의 쌍용사랑봉사회(대통령 표창) 등 2개 단체를 선정했다. 국민추천포상은 국민이 직접 추천한 대상 가운데 심사를 거쳐 선정한다. 시상식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열릴 예정이다.


올해 국민훈장의 영예를 안은 수상자는 총 6명. 이 가운데 강대건 씨(81)는 1979년부터 34년간 한센병 환자들을 찾아 무료로 치과 진료를 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는다. 그는 올해 9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수여하는 ‘교회와 교황을 위한 십자가 훈장(교황훈장)’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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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부터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진료소와 학교 유치원을 운영하며 ‘말라위의 나이팅게일’로 불리는 백영심 씨(51)는 국민훈장 동백장 수상자로 결정됐다. 1999년 12억 원 상당의 건물을 충북대에 장학금으로 기탁한 임순득 할머니(2012년 작고), 경기 안양시 중앙시장에서 콩나물을 팔아 마련한 4억5000만 원 상당의 주택을 올해 5월 장학재단에 기증한 이복희 씨(67) 등도 국민훈장 수상자가 됐다.

이 밖에 얼굴 기형 어린이들의 무료 성형을 지원해 온 백롱민 분당서울대병원 성형외과장(55), 파독 간호사 출신 교포를 배우자로 둔 인연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여 원을 기부한 독일인 하르트무트 코셰 씨(71) 등이 각각 대통령 표창과 국무총리 표창을 받는다. 최재천 심사위원장(국립생태원장)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사회와 이웃을 위해 헌신한 분들을 더 높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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