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없는 사회… 어두운 상상력에 기댄 작품 크게 늘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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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심 마친 2014 동아일보 신춘문예 응모작들 살펴보니…

201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 위원들이 응모작을 심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철현 타이거픽쳐스 대표, 김도연 김도언 김미월 김숨 편혜영 소설가, 김수이 평론가, 박금산 소설가, 박후기 황병승 시인, 정윤수 영화감독.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01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 위원들이 응모작을 심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철현 타이거픽쳐스 대표, 김도연 김도언 김미월 김숨 편혜영 소설가, 김수이 평론가, 박금산 소설가, 박후기 황병승 시인, 정윤수 영화감독.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척박한 삶의 조건 속에서 생계의 위기, 사회의 불합리성, 타인과의 관계 맺기에 대한 공포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많았다.”

10일 서울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201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에 참여한 심사위원들은 이번 신춘문예 응모작의 특징으로 출구가 안 보이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어두운 상상력에 기댄 작품이 늘어난 것을 꼽았다. 장기 불황과 청년 실업 등 한국 사회에 드리운 그림자가 작품에 반영됐다는 반응이었다.

올해 응모자는 총 2091명. 총 편수는 모두 6053편이다. 응모자 수는 지난해 1881명에 비해 11%, 응모 편수는 지난해 5113편에서 18% 늘었다. 분야별로는 중편소설 287편, 단편소설 568편, 시 4308편, 시조 449편, 희곡 88편, 동화 225편, 시나리오 82편, 문학평론 13편, 영화평론 33편이었다. 지난해와 대비해 15편 줄어든 시나리오를 제외하곤 응모작이 늘었다. 특히 단편소설이 121편, 시는 696편 늘어 증가세를 주도했다.

올해도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베트남 캐나다 스웨덴 터키 그리스 바하마 호주 등 해외에서 80명이 넘는 응모자가 e메일과 우편으로 응모작을 보냈다. 이날 예심에는 시인 박후기 황병승 씨(시), 소설가 김도연 김숨 씨와 문학평론가 김수이 씨(중편소설), 소설가 김도언 김미월 박금산 편혜영 씨(단편소설), 정윤수 영화감독과 조철현 타이거픽쳐스 대표(시나리오)가 참여했다.

시 부문 응모작은 지치고 외로운 내면 풍경을 그린 시가 많았다. 박후기 시인은 “외로운 화자의 심정을 반영하듯 반려동물(고양이)이 나오는 시가 잦았다”며 “기존 시의 느낌만 차용해 울림이 부족한 시들도 적지 않아 아쉬웠다”고 했다. 황병승 시인은 “분량이 긴 장시가 많았는데, 시를 끌고 가는 힘은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다. 뚜렷한 제 목소리를 가진 시들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고 말했다.

단편소설은 기성 질서에 반발하는 개인의 탈주와 분노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많았다. 편혜영 작가는 “고독사, 임금체불을 소재로 싸움과 살인을 그린 작품이 많았다. 발랄하고 실험적인 성향의 작품이 좀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김도언 작가는 “구직이나 노동현장의 위계가 갖는 모순이나 갈등을 묘사한 작품, 가족이나 인간관계의 파편화를 탐구한 작품도 눈에 띄었다”고 했다. 김미월 작가는 “응모작 대부분이 탄탄한 서사와 안정된 문장을 구사해 완성도는 높았지만 새로운 이야기는 드물었다”고 했다. 박금산 작가는 “사회상을 반영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노인 문제, 성폭력 등을 소재로 한 작품이 양적으로 가장 많았다”고 했다.

중편소설은 리얼리즘 계열의 전형적인 역사·전쟁소설부터 괴생명체나 외계인, 전염병이 등장하는 SF나 미스터리 장르에 이르기까지 상상력이 돋보인 작품이 많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수이 평론가는 “생계에 대한 위기의식과 타인과의 관계 단절에 대한 공포 속에서 현실을 리얼하게 그리거나 인류학적, 생태학적 상상력을 결합시키며 우회적인 방식으로 살아남기의 문제를 제기한 응모작이 다수였다”고 했다. 김숨 작가는 “권선징악과 전화위복의 강박에서 자유롭지 못한 작품, 기발한 상상에 기댔지만 개연성이 떨어지는 작품이 적지 않았다. 기본기가 탄탄하고 문학적 품위를 일정 수준 확보한 작품에 눈길이 갔다”고 했다. 김도연 작가는 “소재는 다양한데 문제는 그 소재를 해석하고 깊이를 부여하는 방식 아니겠느냐”며 본심 진출작 선정 기준을 밝혔다.

시나리오를 심사한 조철현 대표는 “청년 세대의 눈에 비친 기성세대의 비틀린 욕망과 폭력, 그로 인한 파행을 그렸거나 계급갈등을 극화하는 경향이 보였다”고 말했다. 정윤수 감독은 “스릴러나 미스터리 장르에서는 일정 수준에 도달한 세련된 작품이 많았다. 하지만 예년보다 수작은 적었다”고 했다.

이날 예심 결과 중편소설 6편, 단편소설 10편, 시 11편, 시나리오 10편이 본심에 올랐다. 시조 희곡 동화 문학평론 영화평론은 예심 없이 본심만 진행된다. 당선자는 이달 말 개별 통보하며 내년 1월 1일자 신년호에 발표한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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