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전북]호남 등대는 느림-힐링을 비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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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관광객들에게 인기
여수 거문-오동도 유인등대에 연말 발송 달팽이 우체통 생겨

달팽이 우체통. 여수지방해양항만청 제공
달팽이 우체통. 여수지방해양항만청 제공
‘얼어붙은 달그림자 물결 위에 차고∼’

동요 ‘등대지기’의 가사처럼 등대는 바다 한가운데 외롭게 서 있어 쉽게 접근하기 힘든 곳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람들에게 ‘느림’과 ‘힐링(치유)’을 선사하는 해양문화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호남지역 해안선은 7067km로 전국 해안선 1만4045km의 절반. 호남지역 해안선이 유독 긴 건 섬이 많기 때문이다. 호남지역 유무인도는 2294개로 전국 섬 3409개의 67%를 차지한다. 특히 전남은 유인도 296개, 무인도 1923개 등 섬이 2219개나 된다.

섬마다 스토리와 비경을 품고 서 있는 등대들이 도시민들에게 새로운 휴식공간으로 다가서고 있다. 호남지역에 등대지기가 있는 유인등대는 전남 여수시 거문도에서 전북 군산시 어청도까지 11개. 무인등대는 900개(빛을 내는 표지 포함) 정도다. 전국적으로는 유인등대 37개에 무인등대 2000여 개가 있다.

여수시 거문·오동도 유인등대에는 10일 ‘달팽이 우체통’이 생겼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이 우체통은 높이 1m, 폭 2m로 빨간색과 노란색으로 예쁘게 색칠했다. 등대를 찾는 사람들이 편지를 써 달팽이 우체통에 넣으면 모아 두었다 연말에 보내준다.

이승영 여수지방해양항만청 해사안전시설과장은 “빠름 문화에 지친 사람들에게 느림이 주는 작은 여유가 삶의 활력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느림보 달팽이 우체통’을 설치했다”며 “예전 등대는 사람들이 접근하기 힘든 곳이었지만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힐링 공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 서부권역에서 육지에 가장 가까운 등대는 해남군 화원면 목포항 입구에 자리하고 있다. ‘목포입구 등대’라 불리며 전망대와 탐방로가 설치돼 있다. 육지에서 가장 먼 곳에 있는 유인등대는 가거도 등대. 육지에서 가깝고 접근하기도 비교적 쉬운 진도군 하조도 유인등대도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목포지방해양항만청은 최근 서남해역의 관문인 신안군 흑산도항의 방파제 무인등대를 천사등대로 새롭게 단장했다. 섬이 1004개인 신안을 모티브로 등대 주변에 천사의 날개와 선박모양 조형물을 꾸몄다. 등대 주변에 야간조명을 설치해 아름다운 야경을 만날 수 있다.

전북 군산시 어청도 유인등대는 경치가 빼어나 사진작가들의 촬영 명소가 됐다. 군산지방해양항만청은 어청도 등대에 돌고래 조형물과 파고라, 벤치 등을 만들었다. 관광객들이 해안풍경을 담을 수 있도록 포토 존도 설치했다. 군산시 말도에도 아름다운 해안가에 유인등대가 있다. 이호진 군산지방해양항만청 해양교통시설 담당은 “등대 주변을 꾸미고 이야기 거리를 만들면 관광객이 늘어나 어민들도 등대가 해양 문화공간으로 바뀌는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형주 peneye09@donga.com·김광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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