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인 이용탁의 실험’ 동·서양 음악을 한 무대에…

  • 동아경제
  • 입력 2013년 12월 10일 15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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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의 장르를 섞기는 쉽지 않다. 특히 국악을 현대에 맞게 조율하고 서양음악과 한 무대에 올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분명 시도해야 할 의미 있는 일이자 국악계의 과제이기도 하다.

지난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오정해&김동규 송년특별콘서트’는 그런 의미에서 음악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무대의 두 주인공 오정해와 김동규는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음악의 조화를 보여줬다. 그리고 동반 출연한 소프라노 김성혜가 ‘닭아 닭아 우지 마라’를 부른 것도 서양 음악 전공자가 한국전통 판소리의 현대화 된 곡을 부른 장르를 넘나드는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닭아 닭아 우지 마라’는 국악뮤지컬인 국립극장의 대표 브랜드 창극 ‘청’의 주요 곡 중 하나다.

이날의 공연의 지휘자 이용탁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실험의 대표주자다.
피리연주자이며 작곡자로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이용탁은 국립 창극단 음악감독 출신으로 국악오케스트라를 지휘했을 뿐 아니라, 서양오케스트라도 능숙하게 지휘하는 모험심 넘치는 음악인이다. 하지만 그는 단순한 관심이나 의지로 실험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다. 이용탁은 대학원에서 지휘를 전공하고 헝가리 국제 바르톡세미나 지휘 코스를 수료했으며, 이탈리아 포르멜로 시립음악원 오케스트라 지휘전공(Diploma)을 취득한 인물이다. 지난 8월에는 이탈리아 포르멜로시 초청 2013뮤직페스티벌에서 현지 오케스트라와 오페라 ‘돈조바니’를 지휘하기도 했다.

이번 무대에서 해금연주자 안수련이 선보인 해금협주곡 ‘사랑의 독백’도 이용탁이 작곡한 서양오케스트라와 해금의 협연을 위한 곡으로 동·서양음악의 조화를 시도한 산물이다. ‘닭아 닭아 우지 마라’도 이용탁의 곡인데 서양 오케스트라에 아쟁과 대금, 그리고 장고가 끼어들어 조화를 이루는 것은 이용탁의 작곡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마디로 거의 모든 구성이 한국 전통음악과 서양 전통음악의 조우, 즉 함께 만났을 때 어우러짐을 실험한 무대였다. 이런 관점에서 그날 무대는 더욱 특별했다.

1부의 주인공은 오정해였다.
그러나 오랜만에 본 오정해는 조금 낯설었다. 그는 제주민요인 ‘너영나영’으로 시작, 진도아리랑과 각설이의 장타령으로 무대를 꾸몄는데 몇 가지 아쉬움을 남겼다. 우선 선곡의 문제. 오정해는 영화 ‘서편제’ 주인공으로 유명하지만 판소리계에서 보면 명창 김소희 선생의 직계 제자다. 그런 만큼 이날 무대에서 민요에 앞서 ‘쑥대머리나 사랑가 등 판소리 한 대목을 했으면 했는데,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사회를 보거나 민요를 부르는 오정해를 보고 싶었던 게 아니라 판소리를 하는 오정해를 보고 싶었던 것이 관객들의 솔직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1부 마지막곡인 인당수 ‘뱃노래’는 서양오케스트라의 풍성함과 국악기의 애절한 표현이 돋보였다. 특히 도사공 역을 맡은 테너 강훈은 서양음악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창극의 한 대목을 잘 소화해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탈리아 피아 테발디니 국제성악콩쿨, 마까뇨 국제성악콩쿨에서 우승한 실력파다.

동·서양 음악의 조화가 잘 살아난 부분은 단연 안수련의 해금협연이다. 서양오케스트라의 음률에 묻히지 않게 해금의 소리를 잘 살린 곡도 좋았지만, 그의 연주기법은 서양오케스트라의 음율 속에서도 살아나는 탁월한 솜씨를 보여줬다. 예전 코리안심포니와 협연에서도 호평 받은 솜씨는 역시 변함없었다.

2부의 주인공은 김동규였다.
그는 한해 100회가 넘게 공연할 정도로 무대에 자주 선다. 이날 무대에서도 익숙한 무대경험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관객과의 소통이나 무대 매너 역시 흠잡을 데 없었다. 한국 가곡인 ‘신 아리랑’ ‘박연폭포’도 매끄럽게 소화해냈다. 단 한 가지 아쉬운 대목은 그 역시 선곡에서 ‘오 홀리나잇’ ‘화이트크리스마스’ 보다는 오페라 중 한 두곡을 더 했으면 하는 것이었다.

마지막 곡 ‘석별의 정’은 오정해, 김동규, 김성혜, 강훈 등 출연자들이 모두 나와 불렀는데 각자의 특징에 맞게 편곡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함께 부르기에는 조화를 이루기 힘든 대목이 아니었나 싶다.

한 공연에서 모든 것이 좋거나 모든 것이 나쁘기는 어렵다. 어째든 전통과 현대, 국악과 서양음악을 한 무대에 올리는 것을 시도했고 큰 성공을 거둔 무대임에 틀림없다. 내년에 더욱 성숙한 모습을 기대해본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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