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판타지 가까운 순애보… 밋밋한 음악을 만나 안쓰럽고 민망하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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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카르멘’ ★☆

말로 전하지 못하는 것을 노래는 전한다. 얼핏 관습적으로 보이는 이야기가 음악의 힘을 얻어 감동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6일 개막한 뮤지컬 ‘카르멘’은 그와 반대로 허술한 음악이 모든 것을 무너뜨릴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카르멘’의 원작소설은 1845년 프랑스 작가 프로스페르 메리메가 썼다. 스페인 세비야의 집시 여인과 고지식한 군인의 사랑 이야기가 널리 알려진 것은 30년 뒤 파리에서 오페라로 엮어낸 뒤부터다.

새로운 분위기의 음악을 만들어 입힌 뮤지컬이 원작의 이야기를 반드시 따라야 할 까닭은 없다. 목숨을 잃으면서까지 자유분방한 마음의 행로를 거스르지 않았던 팜 파탈 카르멘은 순결한 사랑의 희생양으로 바뀌었다. 취향에 따라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다. 판타지에 가까운 러브스토리를 간접경험하길 원하는 관객이 적지 않음을 감안하면 비난할 수 없는 선택이다.

하지만 무대 위 무엇도 ‘모두가 비참하게 파멸하는 사랑 이야기’가 일차원적 순애보로 바뀐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유독 미국이나 유럽보다 한국에서 스타 작곡가로 각광받는 프랭크 와일드혼의 곡은 ‘스칼렛 핌퍼넬’에 이어 이번에도 테마 멜로디를 찾지 못했다. 열창하는 배우들을 지켜보기 민망하고 안쓰럽다. 우락부락한 가르시아(최수형)와 한참 육탄전을 벌이다 1m쯤 던져져 바닥에 구르는 바다의 열연에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 공연 중 배우가 고음을 지르며 노래를 마무리했는데도 좀처럼 박수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스토리텔링을 정리하지 못한 채 어색한 가사 위에 음표를 얹어 보여준다 해서 ‘뮤지컬’이라고 부를 수 없다. ‘지킬 앤 하이드’ 이후 인기가 높아져 올해 서울에서만 5편을 잇달아 공연한 와일드혼의 실체에 대해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뮤지컬의 주 고객은 여성 관객이다. 여자의 마음은 카르멘처럼 한 번 바뀌면 돌아오지 않는다. 사랑받을 때, 잘해야 한다.

: : i : :

노먼 앨런 작, 김동연 연출. 차지연 류정한 신성록 임혜영 이정화 에녹 출연. 2014년 2월 23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 6만∼13만 원. 2005-0114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카르멘#허술한 음악#원작#러브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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