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옆 ‘장성택 빈자리’에 최룡해-김원홍 나란히 앉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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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장성택 숙청]
체포현장 이례적 공개 왜?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체포된 8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의 연단에는 김정은 옆에 장성택이 빠지고 사실상 2인자로 떠오른 최룡해 총정치국장(김정은 오른쪽)과 장성택 숙청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이 나란히 앉았다. 왼쪽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선중앙TV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체포된 8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의 연단에는 김정은 옆에 장성택이 빠지고 사실상 2인자로 떠오른 최룡해 총정치국장(김정은 오른쪽)과 장성택 숙청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이 나란히 앉았다. 왼쪽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선중앙TV
북한 조선중앙TV는 9일 오후 3시 18분경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이른바 ‘반당반혁명종파주의’ 명목으로 해임한 사실을 보도하면서 장성택이 회의장에서 끌려 나가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방영했다.

북한이 이날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주재하는 회의에서 인민복을 입고 회의장의 둘째 줄 통로 쪽에 앉아 있던 장성택은 그를 체포하려는 군복 차림의 인민보안원 2명이 나타나자 고개를 숙인 채 책상을 짚으며 힘없이 일어난다. 곧이어 인민보안원들에게 양팔을 붙들린 채 끌려간다. 사진 속 장성택은 안경을 끼고 있고 입을 굳게 다문 채 다소 핼쑥한 모습이다. 인민복을 입은 채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 참석한 당 간부들은 자리에 앉아 굳은 표정으로 이를 바라보고 있다.

주목되는 건 사진 속에서 장성택의 앞줄에 앉아 그의 체포 장면을 몸을 돌려 무표정하게 쳐다보는 북한군 장성들이다. 이들은 김격식(대장)과 현영철(상장)이다. 김정은은 지난해 7월 현영철을 총참모장에 임명했다가 올해 5월 김격식으로 갈아 치웠고 8월에 다시 이영길로 바꿨다. 군 고위 장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장성택이 끌려가는 장면을 공개한 것이다.

조선중앙TV는 또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김기남 당 비서, 박봉주 내각 총리, 이만건 평안북도 당 책임비서, 조연준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손을 들고 장성택을 비판하는 사진도 공개했다. 특히 ‘장성택 사람’으로 분류됐던 박 총리는 울먹이는 듯한 표정으로 장성택을 비판하는 모습이 사진에 담겼다. 장성택의 측근이라는 점 때문에 자아비판을 먼저 했을 것으로 보인다. 조 제1부부장은 장성택의 숙청 이후 권력지도부의 실세로 떠오르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이번 숙청도 국가안전보위부와 당 조직지도부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택이 없는 연단에는 김정은 옆에 최룡해 총정치국장과 숙청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이 앉았다.

‘장성택 라인’으로 분류됐던 박봉주 내각 총리가 울먹이는 듯한 표정으로 장성택을 성토하는 모습. 조선중앙TV
‘장성택 라인’으로 분류됐던 박봉주 내각 총리가 울먹이는 듯한 표정으로 장성택을 성토하는 모습. 조선중앙TV
북한이 고위 인사를 숙청하면서 체포 현장을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1970년대 이후 처음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장성택 실각 10여 일이 지난 8일 그를 공개석상에서 체포하는 장면을 공개한 것에 대해 ‘권력 공고화와 장성택 숙청의 정당성을 북한 주민들을 비롯해 대내외에 선전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확대회의에서 장성택의 죄목을 공개한 뒤 장성택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자아비판을 했을 것”이라며 “숙청의 정당성을 주민에게 선전하는 효과를 체포 모습 공개로 극대화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장성택 추종 세력들이 세력을 규합해 새로운 파벌이 등장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본보기를 삼기 위해 체포 장면을 공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할아버지 김일성이 1950년대 연안파와 소련파를 종파주의로 규정해 제거한 뒤 새로운 파벌이 등장하지 못하도록 원천 차단한 것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권력체제가 안정적이라는 방증이라고도 분석했다. 앞서 7월에도 이영호 총참모장의 경질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아버지 김정일은 비밀주의를 고수했다.

전문가들은 체포 장면 공개를 통해 김정은이 북한 권력지도부와 주민들에게 △‘반당 종파행위’의 말로는 비참하다 △김정은 1인자만 있는 나라다, 2인자의 권력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리면서 공포통치를 하려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숙청이 자의적이지 않고 정식 절차를 통해 이뤄졌다고 강조하려는 의도”라고 봤다.

양 교수는 “체포 장면 공개로 장성택의 복귀 가능성이 더욱 낮아졌다”며 “그를 처형하더라도 군사최고재판이라는 절차를 통해 공개적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 수석연구위원에 따르면 장성택의 측근인 이용하와 장수길도 북한 전시법에 따라 군사재판에 넘겨져 공개 처형됐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장성택 숙청#김정은#최룡해#김원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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