陽奉陰違-同床異夢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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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장성택 숙청]
北, 장성택 죄목 열거하며 언급… 김일성 반대파 숙청방식 빼닮아

북한이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죄상을 나열하면서 사용한 ‘양봉음위(陽奉陰違)’라는 말은 남한에서는 생소하지만 북한 주민들에게는 귀에 익은 말이다.

동상이몽(同床異夢)과 함께 주로 학교에서 ‘김일성에게 도전했던 반당반혁명종파분자(反黨反革命宗派分子)들의 말로(末路)’를 학습하면서 배우는 말이다.

“한 이불 속에서 다른 꿈을 꾼다”는 동상이몽과 “겉으로는 복종하는 척하면서 속으론 딴마음을 품는다”는 양봉음위 모두 중학교 6년 과정은 물론이고 대학 4년 동안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의무적으로 배우는 ‘혁명 역사’ 교과서에도 여러 차례 등장한다.

과거 반당반혁명종파 사건의 대표적 사례는 1968년 당시 북한의 2인자였던 박금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조직담당부위원장과 김도만 선전담당부위원장 등 갑산파(甲山派) 숙청이다. 1969년 김창봉 민족보위상 등 빨치산파 군부 인물들을 숙청할 때는 ‘반당반혁명종파분자’라는 죄명 외에도 ‘군벌주의자’라는 낙인도 함께 찍었다.

1956년 이른바 ‘8월 종파사건’으로 숙청된 소련파와 연안파의 죄상도 반당반혁명종파분자였다.

김정은의 장성택 숙청 과정은 방식과 죄명 나열에 있어서 김일성에게서 전수돼 60년간 이어져 내려온 북한의 전통적 반대파 숙청 방식의 판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반당반혁명종파분자’라는 죄명이 김정일 통치 시대엔 거의 사용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김정은이 외형만 할아버지 김일성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숙청방식까지도 김일성 시대를 따라 배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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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도부의 방탕한 생활’에 대한 채
널A 리포트를 보실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북 한 지도부의 방탕한 생활’에 대한 채 널A 리포트를 보실 수 있습니다.
:: 반당반혁명종파분자 ::

북한에서 노동당이 허용하지 않는 개인적 파벌을 형성해 당과 혁명을 반대했다는 사람에게 붙이는 죄명. 반당분자, 반혁명분자 등으로 구분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함께 묶어 반당반혁명종파분자라고 쓴다. 북한에서 당은 곧 수령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런 낙인이 찍히면 ‘역적’으로 간주돼 본인 숙청뿐 아니라 일가가 멸족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장성택 숙청#반당반혁명종파분자#김정은#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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