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포로들의 ‘뜨거운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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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준 국정원장, 탈북 25명에게 태극기 새긴 점퍼 선물

《 “충성! 일병 ○○○, 대한민국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80대 고령의 탈북 국군포로들이 흐느끼며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을 향해 외쳤다. 그들의 처절한 고국 복귀 신고에 국군포로 가족들을 비롯한 참석자들 모두 눈물을 흘렸다. 》

남재준 국정원장이 6일 국정원을 방문한 탈북 국군포로 25명에게 선물한 점퍼. 태극기 배지가 달려 있다.
남재준 국정원장이 6일 국정원을 방문한 탈북 국군포로 25명에게 선물한 점퍼. 태극기 배지가 달려 있다.

점퍼 안쪽에 새겨진 ‘6·25 영웅께 드립니다. 자유민주 수호에 경의를 표합니다’ 문구. 물망초 제공
점퍼 안쪽에 새겨진 ‘6·25 영웅께 드립니다. 자유민주 수호에 경의를 표합니다’ 문구. 물망초 제공
남 원장은 6일 오전 탈북 국군포로 25명을 국정원으로 초청했다. 9월 9일 국정원장으로서는 처음으로 국군포로 11명을 초청해 면담한 이후 두 번째였다. 당시 면담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 남 원장이 국군포로들을 다시 부르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지킨 것이다.

애초 남 원장과 국군포로들의 면담은 90분으로 예정돼 있었지만 남 원장은 면담 시작 15분 만에 자리를 떠야 했다. 북한 장성택의 실각으로 국회 정보위원회에 참석해야 했기 때문이다. 일부 국군포로들이 미안함을 전하며 자리를 뜨는 남 원장을 따라나서며 이같이 관등성명을 대고 고국 복귀 신고를 한 것이다.

이날 면담에는 국군포로 가족, 국군포로신고센터를 운영 중인 사단법인 물망초 박선영 이사장, 박관용 전 국회의장, 6·25전쟁 참전용사인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 등이 함께했다. 국정원은 면담장과 식사 장소에 ‘국군용사의 자유수호 의지를 기리며 후대에도 가르치겠습니다’ ‘국군용사들에게 든든한 동반자가 되겠습니다’ 등의 플래카드를 걸었다.

남 원장은 “선배님들을 다시 만나 정말 기쁘다”며 국군포로들에게 경례했다. 이어 국군포로들에게 일일이 허리를 굽혀 악수하면서 “선배님들의 노고와 희생으로 강대국 대한민국을 일궜습니다. 그 은혜를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고 예의를 갖췄다. 그러고는 국정원이 미리 준비한 점퍼를 남 원장이 직접 국군포로들에게 입혀줬다. 점퍼 안쪽에는 ‘6·25 영웅께 드립니다. 자유민주 수호에 경의를 표합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점퍼 왼쪽 가슴 부위에는 태극기 배지를 달았다. 점퍼를 입은 국군포로들은 감격스러운 듯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눈물을 쏟았다.

남 원장이 떠난 뒤 국정원 간부가 진행한 면담에서 국군포로들은 쓴소리를 쏟아냈다. 한 국군포로는 “김대중 정부 시절 비전향 장기수들은 판문점을 통해 그토록 평화롭게 북한으로 돌아갔는데, 왜 우리는 두만강 압록강을 목숨 걸고 건너 중국을 거쳐야 고국이 받아주느냐”며 한탄했다. 또 다른 국군포로는 “북한에 1000여 명의 국군포로가 생존해 있는데 왜 정부가 적극적인 실태 조사에 나서지 않느냐”고 했다.

박선영 이사장은 “참석한 국군포로 중에는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데 탈북 정착금을 다 쓰고 현재는 휴지를 줍는 공공근로를 하며 월 20만 원을 받아 어렵게 생활하는 분도 있다”며 “국가가 이들의 삶의 질 향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남재준#탈북 국군포로#점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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