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임채운]전통시장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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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운 서강대 경영대 교수
임채운 서강대 경영대 교수
오늘날 경제가 발달하고 현대화된 상업시설이 확산되면서 전통시장의 경제적 비중은 축소되고 있다. 이런 여건에서 전통시장의 수가 몇 개이고 상인과 종사자 수가 몇 명이기 때문에 전통시장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좀 더 중요한 것은 전통시장이 갖는 사회 안전망의 기능이다.

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이 취약한 사람들이 직장을 갖지 못해도 남에게 손 벌리지 않고 스스로 일하며 먹고살 수 있는 터전이 전통시장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선진화되고 유통산업이 발달된 국가에서도 전통시장을 보호하고 육성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여러 방안 중에 가장 큰 효과를 보이는 것이 ‘온누리상품권’이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에서만 통용되는 상품권으로 현재 11개 금융기관에서 판매하고 있다. 2009년도에 도입된 온누리상품권은 초기에 100억 원 정도 판매되었으나 공공부문의 선도적 구매와 민간기업의 적극적 참여 덕분에 2012년에는 4258억 원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온누리상품권은 기업의 이익을 전통시장의 상인들에게 환류하는 낙수효과를 유발하여 양극화 해소에 기여한다. 전통시장과의 상생 차원에서 대기업들이 대거 구입해 준 것이 온누리상품권의 보급에 큰 도움이 되었다.

기업형 대규모 점포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을 자발적으로 전통시장으로 유인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온누리상품권은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기회를 갖도록 유인한다. 일단 시장에 와보면 소비자들은 상인들이 이전과 달라졌고 변화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어 자주 방문할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온누리상품권의 매출이 금년에는 매우 저조하다. 엉뚱하게도 통상임금 논란이 온누리상품권 구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추석, 설 등 명절에 급여와는 별개로 제공해온 온누리상품권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개연성이 높아 구매를 기피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 경제단체들이 각 회원사 기업을 대상으로 100만 원 이상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하자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으나, 통상임금 문제에 부닥쳐 적극 나서는 기업이 드물다. 올해 온누리상품권 5000억 원 유통목표 달성은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임금 문제가 전통시장의 어려움으로 확대되는 것은 누구도 바라지 않는 부작용이다.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사회적 책임이다. 기술과 자본 없이 자유롭게 창업하고 열심히 일하면 걱정 없이 생업을 유지할 수 있는 전통시장이야말로 서민들의 창조경제 기반이다. 전통시장에 온누리상품권이 활발하게 유통되고 소비자들로 넘쳐나 서민경제가 활기를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대 교수
#전통시장#경제#온누리상품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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