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일본의 완벽주의, 디지털 시대엔 되레 毒?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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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도가 장인의 섬세함을 이기다.” ―한국의 황제경영 vs 일본의 주군경영(김현철·21세기북스·2011년) 》

지금은 미국 애플의 아이폰이 문화의 아이콘이자 혁신의 상징이지만 1980년대에는 일본 소니의 ‘워크맨’의 영향력이 이에 못지않았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국산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와 비교하면서 우리나라 전자회사들은 언제 워크맨처럼 세련된 디자인에 고장 나지 않는 제품을 생산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상상을 했었다.

최근 우리나라 기업의 휴대전화는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반면 소니를 비롯해 일본 전자회사들은 끝없이 추락하는 이유를 이 책에서 저자는 여러 시각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중에도 ‘일본 기업이 지나치게 완벽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 데 반해 한국 기업은 대체로 적당주의로 일관한다’는 문구가 있는데 새로운 해석인 것 같다.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는 장인의 실력과 경험이 대단히 중요했다. 하지만 변화가 심한 디지털 시대에도 일본 기업은 장인정신의 품질완벽주의에 빠져 시대와 동떨어진 제품만 생산하게 됐다. 이에 비해 한국 기업은 경제위기에도 그 환경에 맞는 제품을 재빠르게 내놓으며 일본 기업이 휩쓸었던 세계 전자제품 시장을 장악했다. 디지털 시대에는 제품의 수명주기가 매우 짧아져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보다는 ‘적당히’ 신제품을 만들고 환경에 ‘빠르게’ 대응했던 것이 성공요인이 됐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스피드를 추구하는 것이 품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었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품질보다는 속도가 강점으로 된 것이다.

어릴 적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적당주의’ 문화를 타파하고 일본의 장인정신을 배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던 기억은 현재 중장년층 모두에게 있을 것이다. 이제 생각해 보면 압축 성장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했던 현상들이었지만 각고의 노력으로 현재의 위상을 보유한 한국 기업에 찬사를 보내며, 미래에는 애플의 아이폰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제품들이 한국 기업에서 만들어지는 상상을 해본다.

도태호 코리아에셋투자증권 상무
#일본#디지털시대#워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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