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42.195km… 4일 연속 뛴 50대 ‘강철부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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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day 국제마라톤’ 완주한 전상배-김명순씨

마라톤 풀코스를 나흘 연속 달리는 ‘2013 제주 4데이 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전상배(오른쪽), 김명순 씨 부부가 2007년 대회 개최 이후 처음으로 부부가 함께 완주하는 기록을 세웠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마라톤 풀코스를 나흘 연속 달리는 ‘2013 제주 4데이 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전상배(오른쪽), 김명순 씨 부부가 2007년 대회 개최 이후 처음으로 부부가 함께 완주하는 기록을 세웠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8일 오후 1시 25분 제주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사조리조트 앞 마라톤 결승선. 김명순 씨(51·여)가 마지막 안간힘을 쓰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옆에서 남편 전상배 씨(53·회사원·경기 고양시)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이미 레이스를 마치고 쉬고 있던 전 씨는 아내가 체력 저하로 힘들어한다는 얘기를 듣고 또다시 코스로 돌아가 10km가량을 함께 뛰는 애정을 보였다. 이들은 완주한 뒤 서로를 뜨겁게 부둥켜안았다.

이날 전국마라톤협회(회장 장영기)가 개최한 ‘2013년 제주 4데이(day) 국제 마라톤대회’는 하루에 한 번씩 4일 연속으로 마라톤 풀코스(42.195km)를 뛰는 극한의 스포츠. 대회 총거리는 168.78km로 ‘마라톤 철인경기’나 마찬가지다. 전 씨 부부는 2007년 이 대회가 시작된 뒤 처음으로 부부가 함께 4일 연속 마라톤을 완주한 주인공이 됐다.

전 씨는 “마라톤 풀코스를 4일 연속 뛰는 건 새로운 경험이었다. 특히 아내와 함께 완주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사흘째 마라톤부터 허벅지에 통증이 와 완주하기 어려울지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가족의 격려로 이겨냈다”며 웃었다. 풀코스를 뛸 때마다 전 씨는 3시간대, 김 씨는 5시간대의 기록으로 대장정을 마쳤다.

전 씨는 2002년 서울국제마라톤(동아마라톤)에서 처음으로 풀코스에 도전해 3시간46분에 결승테이프를 끊었다. 이후 그에게 마라톤은 일상이 됐다. 이번 대회까지 총 176회나 풀코스를 완주했다. 아내 김 씨의 집념도 그에 못지않다. 2010년 군입대한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 ‘전투모’를 쓰고 처음 풀코스에 도전한 뒤 이날 78회 완주 기록을 세웠다.

전 씨가 마라톤에 입문한 건 2002년 늦둥이 아들이 태어나면서부터. 그는 “늦둥이 아들이 ‘하늘이 준 선물’인 것 같아 새 인생을 살기로 결심하고 술을 끊고 달리기에 전념했다”고 말했다. 아내 역시 남편과 함께 달리면서 우울증이 사라지고 건강을 되찾았다. 이 부부의 자녀(2남 2녀)는 열렬한 응원군이 됐다.

전 씨는 “마라톤은 결승선을 통과할 때까지 심한 고통을 느끼지만 ‘해냈다’는 희열 때문에 계속 도전하게 된다”며 “아내와 함께 ‘부부 100회 풀코스 완주’ 기록에 도전하는 등 오랫동안 달리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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