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DIZ 확대 공식선포]“영토주권의 문제”… 이어도 관할권 ‘쐐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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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가 설정한 방공구역 62년만에 손질… 남쪽 경계, 비행정보구역과 일치

8일 정부의 새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선포는 주변국의 준(準)영공 침해를 더는 용납할 수 없다는 주권국가로서의 의지 표출로 풀이된다. 역내 안정도 중요하지만 영토주권과 직결된 문제는 묵과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천명했다는 얘기다.

○ 62년 만에 확장된 준영공

이번 조치로 KADIZ는 미국 공군이 1951년 설정한 이후 62년 만에 재설정됐다. 기존의 KADIZ는 북위 39도, 동경 123도30분 지점부터 북위 37도, 동경 124도 지점까지 한반도 주변 8개의 좌표를 연결한 선으로 이뤄졌었다. 사전 통보되지 않은 항공기가 KADIZ를 침범하면 공군의 퇴거 경고와 함께 우리 전투기가 출격할 수 있다. KADIZ의 남쪽 한계선이 제주 남쪽 인근 상공에 그어지는 바람에 마라도는 제외됐다.

하지만 새로 조정된 KADIZ엔 이어도 상공, 마라도와 홍도(거제도 남쪽 무인도) 영공까지 포함됐다. KADIZ의 남쪽 한계선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정한 비행정보구역(FIR·한국은 인천FIR)까지 확장되면서 남쪽 구역이 크게 넓어졌기 때문이다. 인천FIR의 남방은 이어도에서 남쪽 236km 상공까지 내려가 있다. KADIZ를 연결하는 좌표점도 11개로 늘었다. 군 관계자는 “남한 면적의 3분의 2와 맞먹는 상공이 KADIZ에 추가로 편입됐다”며 “주변국을 고려해 ‘KADIZ 조정’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상 확대 선포”라고 말했다.

정부는 새 KADIZ 설정이 이어도가 한국의 관할수역임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일본은 1969년 자국 방공식별구역(JADIZ)에 이어도를 포함시켰고, 중국은 지난달 이어도가 들어간 방공식별구역(ADIZ)을 일방적으로 선포한 바 있다. 아울러 1982년 유엔해양법 협약 체결로 영해가 3해리에서 12해리로 확대됐지만 기존 KADIZ 밖에 있었던 마라도와 홍도 영공도 비로소 제자리를 찾게 됐다.

○ 정부, ‘실리와 명분 고려한 최선책’

정부가 3, 4개의 KADIZ 확대 방안 가운데 FIR와의 일치안을 결정한 데는 실리와 명분을 모두 고려한 측면이 크다. 이어도를 KADIZ에 포함시켜 국익을 추구하는 동시에 주변국의 반발을 최소화겠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의미다. FIR는 ICAO의 국제협약이 통용되는 공역으로 각국이 준수하고 존중해야 한다. 한중일 3국의 FIR가 중첩되지 않는다는 점도 감안됐다. 군 관계자는 “한국의 KADIZ 조정이 국제규범에 비춰볼 때 무리한 조치가 아님을 주변국들도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KADIZ 조정안의 공식화 절차에 돌입했다. 관련 부처 간 협의를 거쳐 15일경 국방부 장관 명의로 KADIZ 조정안을 관보와 항공 고시보 등에 고시할 계획이다. 재외공관을 통해 KADIZ 조정안을 각국 정부에 공식 전달하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정부 관계자는 “FIR를 훨씬 넘어서는 ADIZ를 일방적으로 선포한 중국과 달리 한국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준수하면서 자국 이익과 역내 안정을 추구하는 국가라는 점을 부각시킬 방침”이라고 말했다.

○ 주변국과의 협의와 향후 파장

이번 KADIZ 조정으로 이어도 해역은 한중일 3국의 ADIZ가 중첩되게 됐다. 정부는 한중일 3국 간 이해 조정이 이뤄질 때까지 이곳의 우발적 군사충돌을 방지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3국의 해·공군 간 통신망이나 사전통보 등 기존 협조채널을 최대한 유지하고, 이를 보완하는 협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KADIZ 조정으로 중국이나 일본 민항기가 한국 정부에 추가로 취해야 할 행정절차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중일 3국 간 FIR가 겹치지 않고, 타국의 FIR에 들어갈 경우 상대국에 통보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가령 한국 민항기가 인천FIR를 벗어나 중국으로 가면 상하이FIR에 통보를 하고 그곳에서 중국 공군에 알리는 것으로 중국군 당국에 알린 것으로 갈음한다는 의미다.

ADIZ를 적용받는 군용기는 주변국과 추가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일단 중국이 설정한 ADIZ에 진입하는 우리 군용기에 대해 중국 당국에 사전통보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할 방침이다. 중국 ADIZ는 상하이 FIR를 과도하게 벗어나 설정돼 군용기뿐 아니라 민항기에 대해서도 새로운 부담을 야기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기득권을 갖고 있는 일본의 JADIZ와 겹치는 문제는 추가 협의로 조율할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서로 ADIZ 진입 30분 전에 통보를 할지, JADIZ를 뒤로 물릴지 등 여러 방안을 놓고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한중일 3국 간 ADIZ 중첩에 대한 협의 과정에서 역내 긴장과 갈등을 완화하는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중국과 일본이 자국 ADIZ를 서해 지역과 독도로 각각 확장하는 역공을 펼칠 개연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군 관계자는 “ADIZ 문제는 날로 격화되는 영토분쟁과 직결된 것인 만큼 중장기적으로 공중급유기와 이지스함 등 전력 증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손영일 기자
#한국방공식별구역#영토주권#이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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