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윤성 위원장 “몰래 먹던 김치, 이젠 교민들 자랑거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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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美김치축제 차윤성 준비위원장

“예전에 한국인에게 미국인이 ‘김치 냄새가 난다’고 할 때는 비하하는 뜻이 담겼죠. 하지만 김치를 먹는 미국인이 늘어나고, 김장문화가 세계인의 문화유산이 된 지금은 오히려 김치가 한국인의 자랑거리가 됐습니다.”

8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재미동포 차윤성 씨(61·사진)는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데 대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내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풀러턴주립대에서 열리는 ‘세계김치축제’의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차 씨는 행사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가 희소식을 접했다.

그는 “아직도 김치를 잘 모르거나 오해하는 미국인이 많아 장소 섭외가 쉽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축제 준비하는 데 4년이 걸렸다”며 “이제 유네스코가 인정한 김장문화를 앞세워 김치를 적극적으로 소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계김치축제는 김치를 비롯한 한식(韓食)문화의 우수성을 미국 주류 사회에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차 씨는 “한국문화에 무관심한 한인 2∼4세대가 김치를 통해 한국인의 정체성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밝혔다. 최근 정·재계 요직에 자리 잡은 한인 2, 3세대가 많지만 이들이 한국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정착 초기엔 김치 냄새 때문에 아파트에서 쫓겨나는 경우도 있었고 ‘사업차 미국인을 만날 땐 김치를 먹지 말라’는 말이 한인 사회에 상식이었다”면서 “한식문화를 부끄럽게 여기는 분위기가 한국문화에 대한 무관심을 조장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차 씨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설명하는 데 김치만 한 것이 없다고 봤다. 미셸 오바마 여사가 여러 차례 자신을 ‘김치 팬’이라고 얘기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차 씨는 “김치는 선조의 지혜가 담긴 ‘웰빙 음식’이면서 이웃 간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는 매개체”라고 강조했다.

전남 강진군 출신인 차 씨는 1973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해 대학원을 졸업한 뒤 토목 엔지니어로 활동했다. 1992년부터 주류소매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풀러턴 지역 한인 정치력 신장기구인 아이캔(ICAN·Inter-Community Action Network) 이사장을 맡고 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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